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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강릉 펜션, 보일러와 배기관 분리…가스 누출 경보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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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묵은 2층 베란다에 보일러실

방 안 일산화탄소 ‘정상치의 8배’

오후 1시12분 주인이 첫 발견

“학생들 소리 새벽 3시까지는 들어”

경찰, 광역수사대 투입 전담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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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 놀러 갔다가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강릉 펜션 사고’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고, 사고 당시 보일러 배기관이 분리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경찰과 소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구조대원이 사고 현장에 들어가면서 가스측정기로 학생들이 묵은 각 방의 가스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치의 8배나 높은 150~159ppm으로 나타났다. 통상 일산화탄소 정상 수치는 20ppm 수준이다. 소방 관계자는 “자살도 아니고 타살도 아닌 사고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 기체로 불이 나거나 연료가 불완전하게 연소할 때 발생한다. 일산화탄소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산소 순환을 방해해 심각하면 생명까지 앗아간다.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보일러, 온수기, 가스난로, 석유난로 등도 일산화탄소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12분께 펜션 주인 등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학생들은 펜션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 모두 쓰러진 상태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입에 거품을 물거나 구토를 한 채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숨지고 7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들은 펜션 건물 2층에 투숙했고, 이곳은 거실과 방이 4개가 있는 복층 구조로 알려졌다. 2층 거실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복층에 거실과 방 1개가 마련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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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가 학생들이 잠자던 방으로 유입된 원인으로는 보일러가 지목된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이날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1.5m 높이에 설치된 보일러와 (가스가 배출되는) 배기관이 서로 어긋나 있는 상태였다. 배기가스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일러실은 학생들이 묵은 펜션 2층 베란다 안쪽에 마련돼 있었는데, 이 때문에 보일러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더 쉽게 실내로 들어왔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보일러에서 연소한 가스가 배기관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방 안으로 새어 들어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일러실과 학생들이 머문 2층 거실 사이에는 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맨눈으로 확인한 결과, 가스 누출 경보기는 보일러실 주변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9월 야영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관련 법규를 마련했으나, 주택이나 펜션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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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진복 서장은 “1층에 있던 해당 펜션 주인이 ‘2층에 묵었던 피해 학생들의 소리를 이날 새벽 3시까지 들었다’고 진술했다”며 “자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지난 17일 오후 4시께 펜션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저녁 7시40분께 펜션 숙소 바깥 공간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광역수사대를 투입해 사건 수사에 나섰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날 사건 직후 광역수사대를 사고 현장인 강릉시 경포의 펜션에 투입하는 등 수사 전담반을 구성했다. 경찰은 “현장감식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피해자돌봄팀을 최대한 동원해 생존자와 유족 등의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강릉/박수혁, 채윤태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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