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과밀지도③]전문가 "과당경쟁 방지·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연착륙 지원 필요"
지난 11월 기준 전체 취업자 2718만명 중 자영업자수(무급가족종사자 제외)는 563만명이다.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1998년 28.2%까지 상승했던 자영업자 비중은 점차 줄어 최근 20%대 초반까지 내려 왔다. 그렇지만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017년 기준 25.4%다. 미국(6.3%), 영국(15.4%), 일본(10.4%), OECD 37개국 평균(17.0%)에 비해 높다.
자영업체 대부분이 직원 없이 혼자 꾸려나가는 영세 자영업체라는 점에서 한국 자영업 시장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올해 11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6만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97만명이다. 자영업이 몰려있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사업체가 창업 5년 후에도 남아있을 확률은 20% 내외다. 2016년 기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사업체의 5년 생존율은 각각 25.4%, 18.9%다. 쉬운 진입 후 과당경쟁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수순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가형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혁신에 있어 중요한 추진력이지만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시장 진입이 어려운 데서 기인한 생계형 자영업이 많다”며 “이들을 임금근로자로 흡수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시장으로 갈 수 있는 활로를 만드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우선 최저임금을 올리고, 반발이 크니까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땜질식 정책으로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자영업 구조조정이란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내년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인 8월부터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기존 임시, 일용직 감소에 더해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다소 위축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기둔화 국면에서 최저임금 관련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는 비중은 앞으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국민소득이 늘면서 중장기적으로 18%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소비패턴 고급화·대형화되면서 자본규모와 기술력에서 밀리는 자영업자들의 퇴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을 전후로 영세 슈퍼마켓이 정리되고 대형마트, 편의점으로 넘어가는 소매업 구조조정이 끝났다. 2015년을 기점으로는 이미 포화상태였던 일반음식점과 2011~2012년 폭증했던 커피전문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 부문 취약성은 고용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원이다. 2017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되는 와중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 기준)은 2014년 7.6%, 2016년 13.7%, 올해 상반기 15.6%로 더 높아졌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창업을 꼽았다. 연령별 자영업자 대출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2014년말 20.7%에서 올해 상반기 24.2%로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차주의 소득·신용 수준 등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자영업자의 자산·소득 대비 부채규모가 확대되고, 고금리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 차주의 대출 규모가 늘고 있어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중고령에 이르러서도 임금근로자로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생각하고 현재 근로상태에서도 그에 맞는 직무능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로서는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나 임대료 관련 정책, 과당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거리 제한 같은 정책과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시장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창업을 준비할 때 보호해주는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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