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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강릉 펜션 참변] 펜션방으로 연결된 가스연통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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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펜션 사과원인은

목격자 진술…또 인재 가능성

당시 현장 일산화탄소 농도

정상 수치보다 8배나 높아

경보기 설치 의무 없어 ‘속수무책’

개업신고 때 가스점검도 안 받아
한국일보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호 부근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수능 시험을 끝낸 남학생 추정되는 10명이 단체 숙박 중 의식을 잃은 숙박업소 현장에서 소방관 등 관계자들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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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갓 치르고 대학생활을 꿈꾸던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참변 원인으로 LP가스 보일러 배관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CO)에 중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사고가 난 강릉시 경포호 부근 아라레이크펜션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159ppm으로 측정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허용치인 20ppm을 8배 가까이 상회한 수치다. 이 펜션은 취사는 전기 인덕션으로, 난방은 가스보일러로 이뤄진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일러 배연기통이 분리돼 있는 점을 미뤄 일산화탄소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장에서 타살이나 자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펜션방으로 연결되는 가스연통이 빠져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면서 사고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숨진 3명을 비롯해 펜션에 묵었던 10명이 이날 오후 구토를 하고 입에 거품을 문채 발견됐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연탄가스와 마찬가지로 가스보일러가 불완전 연소하면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경찰도 이날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있는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미의 특성이 있어 중독 사실을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뿐더러 국내에는 경보기 설치 의무조차 없어 누출사고가 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이 펜션은 또 올해 7월 개업신고를 할 당시 가스점검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 관련은 지자체 점검 사항이 아니라 가스 공급자가 별도로 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법적인 맹점 때문에 펜션 등 숙박시설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로 14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관계자는 “보일러 배기관 등에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가 폐로 들어가면 강력하게 헤모글로빈과 결합, 인체가 산소를 이용할 수 없는 질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라며 “더구나 일산화탄소는 색과 냄새가 없기 때문에 펜션에 있던 학생들이 누출을 일찌감치 알아채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이 펜션은 호별 난방 시스템으로 설계 됐는데, 사고가 난 복층 구조인 201호에는 베란다쪽에 보일러실이 있다”며 “가스누출과 중독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는 사고 펜션에서 정밀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또 안전점검 소홀 등 펜션 주인의 과실여부도 조사 중이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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