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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日 원전수출 연전연패?…히타치, 영국서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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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인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서 추진하는 원전 건설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터키 원전 건설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마지막 남은 영국 원전 건설 사업까지 삐걱거리면서 일본의 해외 원전 비즈니스가 기로에 서게 됐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는 영국 정부에 원전 건설에 대해 추가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히타치는 영국 측과 협상이 틀어질 경우 사업 철수도 검토하고 있다. 히타치는 영국 내 자회사 '허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를 통해 총사업비 3조엔(약 29조9697억원)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중서부 앵글시섬에 원전 2기를 건설하고 2020년대 전반에 운영에 들어가는 사업이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대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히타치는 투자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줄면서 원전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채산성 악화 요인이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영국 정부에 현재 조건에선 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히타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년 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때 원전 건설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업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영국이 히타치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총사업비 3조엔 중 2조엔을 히타치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만큼 돈을 더 대면 국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메이 총리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원전 수출 전선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영국 원전 건설까지 좌초되면 2011년 이후 실적이 '제로(0)'가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막히자 원전 기술과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건설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2016년 리투아니아와 베트남 원전 건설은 해당 정부의 사정으로 중단됐고, 최근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한국을 제치고 수주한 터키 원전 건설을 포기하기로 가닥을 잡는 등 연전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원전 수출이 막히면 원전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다"며 "정부가 원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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