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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레이더P] 이학재 한국당 복당 회견, 고성·항의 험악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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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이 18일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다. 3선인 이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 입당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가 열흘이나 단식을 하는 동안 복당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 의원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만큼 다른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도 맡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하반기 국회에서 확보한 상임위원장 자리는 정보위원장과 교육위원장이다. 이 의원은 "바른정당을 창당하거나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도 의원들이 위원장직을 유지했던 선례가 있다"며 자리를 내려놓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부자리까지 갖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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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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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는 발끈했다. 의원 본인이 간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는 엄연히 의원이 아닌 당 몫이라는 입장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가면서 기자들을 만나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는 것"이라면서도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갖고 가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18일에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정보위원장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정보위원장) 자리는 원 구성 협상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로서 확보했고 당이 이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 행사하는 자리"라고도 했다.

"큰 결단,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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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으로 복당이 예정된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면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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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 의원은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큰 결단을 했다"면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과 가치를 같이하는 분은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성난 당원들 "먹튀, 장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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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힌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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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18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장에 들어선 이 의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 의원은 "보수 야권은 분열돼 (문재인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한다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듣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2분가량의 발표문이었다.

수십 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회견장 밖에서 추가 질문(백브리핑)을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터졌다. 회견장을 나오는 이 의원을 바른미래당 당직자와 당원 10여 명이 에워쌌다. 이들은 '이학재는 정보위원장 내려놔라'라고 쓰인 종이 피켓을 들고 이 의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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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힌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입당 기자회견 후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은 이학재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고 자유한국당으로 간다며 비난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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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순식간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됐다. 플래시가 터지는 동안 비명과 함성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먹튀하지마" "자한당은 장물아비냐" "이학재는 배신자다" "당이 힘이 없으면 뱉어버리는 배신자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기자실로 피신하다
이 의원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 의원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0시 4분께 근처에 있던 국회 방호원 일부가 달려왔지만 당원들과 몰려든 취재진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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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가로막히자 방송기자실로 몸을 피하는 이학재 의원 [사진=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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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급한 대로 방호원을 따라 회견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방송기자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당원들은 출입구 두 곳을 가로막고 서서 이 의원을 만나겠다고 했다. 기자실 다른 문으로 나오려던 이 의원은 그곳마저 막힌 것을 보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면담 좀 하자"
이 의원은 기자실 안에 갇히고 말았다. 양건모 바른미래당 보건위생위원장은 기자실 안에 있는 이 의원을 향해 "도망가지 마시라"면서 "자한당 가는 것은 가는 것이지만 정보위원장 문제는 만나서 순리대로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정보위원장 사퇴서를 갖고 왔는데 찢어버렸다"면서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 할 테니깐 면담 좀 하자고 전달해 달라"고 했지만 이 의원은 17분간 기자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국회 방호원 출동
10시 24분 국회 방호원 수십 명이 몸으로 취재진과 당원들을 막으며 이 의원을 구출하듯 퇴로를 만들었다. 이 의원은 기자실 바로 옆에 있는 출구를 이용해 본청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본청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마주친 이 의원은 "조금 있다가, 나중에 이 상황이 좀 정리가 되면 (얘기하겠다)"며 손을 내저으며 차량에 올랐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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