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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국내 최대 영동빙벽장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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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가축 전염병에 발목

국제대회 폐지, 빙벽장 철거

잔도 등 4계절 관광지 조성
한국일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동 인공빙벽장. 5년간 빙벽대회 불발로 끝내 대회가 폐지되고 빙벽장도 사라지게 됐다. 영동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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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와 가축 전염병 등에 발목 잡혀 5년간 열지 못한 영동 국제빙벽대회가 끝내 폐지된다. 대회장인 국내 최대 규모의 영동 인공빙벽장도 사라진다.

충북도와 영동군은 매년 1월 영동 빙벽장에서 열던 충북도지사배 국제빙벽대회를 폐지하고 빙벽장도 조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동군 용산면 금강 변의 인공빙벽장을 홍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개최됐다. 영동군은 용산면 일대를 겨울 레포츠 단지로 만들기 위해 강물을 수중모터로 끌어올려 금강 변 절벽에 높이 40~90m, 폭 30~50m의 얼음벽 4개를 조성했다. 경부고속도로 영동IC 부근에 위치한 이 빙벽은 수직에 가까운 절벽인데다 빙질도 곱고 단단해 빙벽 마니아들을 불러 모았다. 도지사배 대회가 인기를 끌자 도와 군은 2012년부터 대회를 국제 행사로 키웠고, 해외 빙벽 등반가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4년 주관 단체인 충북산악연맹의 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대회가 취소되더니, 이듬해부터는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때문에 4년 연속 행사를 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2016년에는 포근한 날씨로 얼음이 녹아 빙벽장 운영조차 못 한 적도 있다.

5년 연속 대화가 불발되자 지역에서는 대회 폐지론이 불거졌다. 실익도 없는 빙벽장 운영을 접어야 한다는 지적도 군의회를 중심으로 흘러 나왔다.

영동군 입장에서는 빙벽 조성·관리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군은 낙석 등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물을 절벽으로 퍼 올려 얼음을 얼리는 비용 등으로 연간 1억 3,000여 만원을 써 왔다.

군 관계자는 “반복되는 대회 취소가 행정 신뢰도를 추락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온난화로 겨울이 점차 포근해지고 가축 전염병이 반복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영동군은 빙벽장 운영을 접는 대신 이곳 일대를 4계절 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국비 등 92억원을 투입해 바위 절벽 상층부에 300여 의 잔도(棧道)를 만들고, 짚라인 등 레포츠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설계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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