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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1500년전 가야인들이 그린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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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남 함안군 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한 별자리 덮개돌. 궁수자리와 전갈자리가 뚜렷이 보인다. [사진 제공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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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 왕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별자리 그림이 발견됐다. 무덤 천장 한복판에 놓인 덮개돌에서 별자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야시대 유물에서 별자리를 발견한 것 또한 처음으로 아라가야의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이번 발굴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함께 조사한 결과다. 함안 '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했으며 붉은 안료를 바른 구덩식 돌덧널무덤 벽면과 125개 별구멍(성혈·星穴)을 새긴 덮개돌을 함께 발굴했다. 말이산 13호분은 말이산 주능선(길이 1.9㎞) 중앙 지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이 때문에 지위가 높은 인물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봉분 규모 또한 지름 40.1m, 높이 7.5m에 달한다. 아라가야 고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돌덧널 내부 벽면에 채색한 붉은 안료는 벽면을 점토로 바르고 그 위에 붉은 물감을 칠한 것이다. 붉은 안료를 입힌 무덤은 경남 고성군 '송학동 1B-1호분'에서 이미 확인했지만 시기로 볼 때 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한 붉은 안료가 앞선다. 무덤 안에서 시신을 모시는 역할을 맡은 돌덧널 규모 또한 최대급인데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다. 무덤 안에서 발견한 유물로 추정한 연대는 5세기 후반이다.

특히 이번 발굴에서 주목을 끈 것은 석관 역할을 하는 돌덧널 덮개돌에서 발견한 별자리다. 별자리를 표현하려고 파놓은 구멍을 말하는 성혈은 덮개돌 아랫면에 125개 새겨져 있다. 크기와 깊이는 서로 다른데, 별의 밝기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자리를 새긴 면을 돌덧널 중앙에 위치한 것은 무덤 축조 당시 의도한 것이다. 가야시대 별자리 유물을 이번에 발견한 것은 가야사 연구에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자리 유물은 청동기 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무덤에서 별자리를 표현한 사례로는 고구려 고분 벽화가 있다. 그동안 별자리를 돌덧널에서 발견해도 덮개 윗면에 주로 있었는데, 이번 발굴에서는 돌덧널 안쪽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별자리는 현재 전갈자리와 궁수자리를 확인한 상태다.

이번 발굴 조사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정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8년 일본 학자 야쓰이 세이이쓰가 유물 수습 차원에서 조사한 뒤로 100년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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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의 말이산 고분 13호분 전경. [사진 제공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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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문화재청은 지난 6월 확인한 아라가야 왕성지 추가 발굴 조사에서 망루, 창고, 고상건물, 수혈건물, 집수지로 추정되는 건물을 다수 발견했다고 함께 밝혔다. 발굴지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289다. 아라가야 왕성지는 출토된 유물 가운데 무기가 다수 있어 군사 주둔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굴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왕성의 내부 공간 구조와 가야 토성의 축조 기법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건물지는 모두 14동으로, 수혈건물지 12동과 고상건물지 2동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중앙에 빈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분포하고 있어 왕성 내부의 공간 배치에 대한 의도적인 기획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라가야는 가야연맹 주요국 가운데 하나로 김수로왕과 함께 구지봉에서 태어난 동자 가운데 한 명인 김아로가 시조다. 서기 42년부터 559년까지 존속했으며 4세기 말까지는 금관가야와 함께 전기 가야연맹의 양대세력이었다. 5세기 후반부터 가야연맹이 대가야 중심으로 재편한 뒤로는 남서부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함안(경남)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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