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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파운드리' 힘쏟는 삼성전자, 대만 TSMC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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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가 '고점 논란'을 파운드리로 돌파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지난 해 파운드리 사업을 개별 부서로 승격한 데 이어, 올해에는 매출 100억달러 달성을 통해 관련 업계 2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업체인 팹리스로부터 위탁 주문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CPU와 AP 등 연산장치뿐 아니라 전력반도체와 CMOS 이미지 센서 등을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약 650억달러(약 73조원)로 D램(약 1034억달러)의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2021년에는 831억달러까지 커지면서 D램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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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삼성전자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으며, 최근에는 5G 상용화에서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사진은 퀄컴과 삼성전자, KT가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5G 표준규격 데이터 통신을 시연하는 모습. /뉴시스


◆퀄컴 손 '꽉' 붙잡고 2위로

올초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팹리스 업체 중에서는 퀄컴의 규모가 가장 컸다. 매출이 170억7800만달러(약 19조원)를 넘는 수준이다.

퀄컴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스냅드래곤을 위탁 생산해왔다. 자사 AP인 '엑시노스'에 힘을 실으면서 퀄컴과 관계가 나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신 모델인 스냅드래곤 855를 다시 맡게 되면서 소문을 일축했다.

최근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표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전자는 퀄컴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퀄컴 5G 모뎀칩을 위탁한 데 이어, 이달 초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18'에서 스냅드래곤 855를 탑재한 차기 5G폰을 공개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AMD도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11나노 공정을 적용한 RX590을 삼성전자에서도 공급받기로 하면서다. 또 다른 공급사는 작년 파운드리 업계 2위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다. 삼성전자가 올해 업계 2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에 한걸음 가까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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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본사 전경. /TSMC


◆'보수' 성벽 쌓은 TSMC

문제는 대만 TSMC다. TSMC는 1987년 설립한 파운드리 전문 기업으로,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절반 이상을 독차지하는 '거인'이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펩리스 업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인텔도 일부 생산량을 TSMC에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는 화웨이 역시 TSMC에 의존하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애플은 삼성전자가 공략해야할 최대 '대어'로 평가된다. 애플 아이폰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20% 가까운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애플을 TSMC에 뺏긴 바 있는 만큼, 파운드리 사업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애플을 적극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아이폰 5s에 탑재되는 A7까지는 삼성전자에 위탁하다가, A8과 A9을 삼성전자와 TSMC에 나눠서 맡긴 후 TSMC로 완전 돌아선 바 있다.

그러나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TSMC가 애플의 차세대 AP인 바이오닉 A13을 독점 공급하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극 공략에 나섰지만 애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팹리스들도 삼성전자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쉽게 삼성전자에 수주를 맡기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업계는 생산 안정 때문에 업체 선정에서 보수적인 측면이 크다. 쉽게 삼성전자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팹리스가 '갑'인 만큼, 파운드리 업체간 경쟁을 붙이며 계약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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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으로 만든다. 삼성전자는 10대 가량 보유 중으로 알려졌다. /ASML


◆승부처는 극자외선(EUV)

7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TSMC에 뒤쳐지는 또 다른 장벽으로 평가된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7나노 공정을 도입한 곳은 TSMC가 유일하다. 글로벌파운드리가 최근 7나노를 포기하고 특수 공정에 집중키로 하면서, TSMC 독점 체계가 확립됐다.

이에 따라 TSMC는 내년 7나노 제품만 100여개를 수주했다. 애플 A13과 IBM 서버용 칩, AMD 라이젠 3 등 최신 칩셋들이다. 매출액만 약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서야 7나노 양산을 시작했다. 갤럭시 S10에 탑재되는 엑시노스9820이 유력하다. TSMC가 이미 최신 제품 생산을 독식한 만큼, 삼성전자가 당장 시장을 뺏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 7나노를 넘어선 3나노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앞지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TSMC가 종전 기술로 7나노로 돌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EUV는 수나노대 반도체 공정에 필수로 알려져 있다. 종전 기술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어서다. 기존 핀펫 방식으로도 3나노에 진입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지만, 비용과 시간 등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최근 트랜지스터 활용을 극대화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이용해 3나노 공정 완성 단계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에서는 2019년 하반기에 5나노, 2020년 하반기에 4나노, 2022년에 3나노로 진입을 예고한 상태다.

김재웅 기자 ju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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