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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외국인 화가가 그린 제주 해녀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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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에바 알머슨 `엄마는 해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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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쑈 아트썰-12] 초록 바다 속에서 해녀가 아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반달처럼 입꼬리가 올라간 두 사람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해녀의 고단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스페인 여류 화가 에바 알머슨(49)은 제주 해녀를 밝고 따뜻하게 그렸다. 수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해녀 사진을 처음 본 후 제주로 갔다. 우도 해녀들 집을 방문하고 물질을 관찰했다. 자연친화적이고 검소하며 인정 깊은 해녀들의 모습에 반했다. 강하고 독립적인 해녀들을 밝고 건강하게 그린 드로잉을 제주 지역 신문에 싣기로 했다.

이 그림을 본 영화 '물숨'(2016년 개봉) 고희영 감독의 제안으로 그의 동화책 '엄마는 해녀입니다'에 삽화를 그렸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장에서 제주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얻은 영감으로 그린 작품들을 원작과 함께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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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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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알머슨은 "한국과 보다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해녀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내가 그녀들을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을 관람객들 또한 나의 작품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은 집을 테마로 삼아 방 8개로 꾸몄다. 제주 해녀를 그린 회화를 비롯해 서울 풍경, 음식, 건물, 사람을 주제로 완성한 신작 10여 점 등 150여 점을 펼쳤다. 수십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담았다고 한다. 일상 속 그늘을 걷어내고 만화 주인공처럼 명랑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한다.

그림 캐릭터와 꼭 닮은 작가는 "한국은 항상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나라"라며 "그동안 한국에서 받은 호의를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의 '특별함'을 화폭에 담아왔다. 거리낌 없는 유머와 매력, 솔직함이 가미된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던 감정, 생각,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느꼈던 작은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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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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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즐거운가를 깨닫기를 바란다.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과 행복감을 직접 경험해왔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처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러가 필요해서 인물을 등장시키게 됐다. 유독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삶이 벅차서 그림을 통해 단란한 가족을 꿈꾼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쓰면 내 삶의 일부분인 작품을 잃게 돼 결국 좋은 엄마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엄마는 조금 포기하고 작업에 몰입한다"는 게 작가의 변명이다.

작품 활동을 할 때 행복하다는 작가는 모순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내면의 평화를 다스리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감정이 풍부해 일상의 작은 일에도 영감을 받는 작가는 그림을 통해 동심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어른 마음의 필터가 동심을 걸러내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문의 (02)332-8011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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