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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액면분할에 홀린 개미…‘홀로 삼성전자 주가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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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올해 액분 전후 큰폭 삼전 주식 매수

‘주가 떠받치던’ 자사주 매입·소각 종료

외국인·기관은 차익 실현한 뒤 ‘굿바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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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주식을 액면분할한 올해 개인투자자만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매입 소각 프로그램을 끝내고 이른바 ‘개미’가 투자할 수 있게 주식 값을 낮추는 액면분할을 실시한 뒤, 3만원대로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 방어에 개인투자자 홀로 남은 셈이다.

17일 <한겨레> 의뢰로 한국거래소가 만든 삼성전자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올해(12월13일 기준 누적) 개인투자자들은 7조6490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주식을 액면분할한 뒤 보다 올해 5월초 액면분할 전 매수가 집중됐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달 동안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4조622억원어치 샀다. 증권가에선 개인투자자들이 액면분할 뒤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는 “액면분할 뒤 주가가 오른 경우는 거의 없지만, 증권사가 ‘삼성전자는 예외일 것이다’고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었다. 액면분할 뒤엔 200만원이 넘었던 좋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권유에 또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든 사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를 떠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5조214억원어치를, 기관투자자는 3조5869억원어치 주식을 팔고 투자 차익을 얻었다. 눈에 띈 것은 기타법인의 변화다. 지난해 7조원어치나 매수했던 기타법인은 올해는 9340억원어치만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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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변화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의 변화 때문이다. 기타법인은 기관투자자로 분류되지 않는 국내법인을 말하는데, 그동안 기타법인의 정체는 삼성전자로 파악된 바 있다. 지난해 기타법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328만주인데,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2018년 1월26일까지) 매입한 자사주 수량 330만주와 비슷하다.

반도체 업황 호황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들이며 수급을 맞춘 셈이다. 삼성전자가 4년 동안(2014∼2017) 자사주 매입에 들인 돈은 23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은 201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고 난 뒤 2015년 대주주인 헤지펀드 엘리엇 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와 연결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 반대하고 나선 시기와 비슷하다. 주식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다지기 위해 안팎으로 주주를 만족시키는 작업으로 주가를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전에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액면분할에 대해 부인하거나 말을 아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끝내고 배당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4년 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강력한 주식 매수자가 사라진 셈이다. 반도체 업황도 앞으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서 주가관리를 위해 물량을 받아줄 주체가 필요하자 액면분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외국인들이 중국이나 신흥국 시장 주식을 파는 상황에서 주가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액면분할 뒤 5만3천원으로 출발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만원이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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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칼럼니스트는 “주식시장에도 삼성은 다르게 봐야한다는 ‘대마불사’가 있다”며 “하지만 반도체 경기는 한번 꺾이면 일년 이상 지속되고 쉽게 돌아서지 않기 때문에 기관이나 외국인에 견줘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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