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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안보 걱정되면 조사하라" 보이콧 촉발한 화웨이의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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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미국은 걱정되면 정식 조사하라"고 말하며 보이콧 빌미 제공...무대응 전략 펼치다 법적 공방으로 반격 나서]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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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화웨이 보이콧(불매)에는 화웨이의 안일한 무대응 전략이 있었다. "안보가 걱정되면 미국은 정식 조사를 시작하라"며 스스로 보이콧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숱한 논란에도 침묵을 지켰던 화웨이가 이제야 반격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2위 사업자인 화웨이가 미국 정부 상대 PR(홍보) 인력 4명을 모두 해고하고, 대형 로펌 두 곳을 선임해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는 미 법원을 유일한 중립적 정부기관으로 판단해 법적 공방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언급하고 있고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등 화웨이에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정보위원회 소속 리처드 버 의원과 마크 워너 의원은 화웨이의 안보 문제에 관한 비공개 브리핑을 여는 등 화웨이 숨통 조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 캐나다서 화웨이 CFO(최고재무책임자) 멍완저우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 소속 로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졌다.

앞서 지난 8월 화웨이가 선임한 로펌들은 미 연방통상위원회(FTC)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안보 우려를 이유로 시장 접근권을 막는 것이 부당하다며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7일에는 미 정부가 FCC에 반(反) 화웨이 조치를 추진할 수 있는 더 강한 권한을 주자, 다시 이의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WSJ는 화웨이가 무대응 전략으로 버텨왔는데, 마침내 이 전략이 쓸모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2011년 스스로 보이콧 운동의 빌미를 제공한 뒤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당시 화웨이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안보 우려 논란이 일자 화웨이 부회장이 직접 "우리는 미 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어떤 우려가 있다면 정식 조사를 시작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요청대로 미 하원 정보의원회는 정식 조사를 시작했고, 2012년 화웨이와 ZTE에 대한 안보 문제 관련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화웨이는 공산당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기밀정보 수집, 첨단기술 절도 등 미국에 적대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화웨이가 '적'이자 '위협'이라는 얘기다. 화웨이 스스로 제 몸을 묶는 '자승자박'이 된 격이다.

이후 워싱턴에서 화웨이에 대한 논란이 점점 커지던 시기에도 화웨이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올 4월까지 미 정부 상대 화웨이 PR을 총괄하던 빌 플러머는 "화웨이 본사 경영진들이 문제를 크게 벌리지 않으려면 더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방에선 투명성이 전부"라면서 "화웨이의 중국식 리더십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초까지만 해도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며 내부 단속에만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 내부문건을 입수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올초 "때론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머물 안전한 곳을 찾는 게 나을 때도 있다"면서 직원들에게 "조용히 계속 적응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NYT는 화웨이가 그동안 잠잠하게 무역전쟁이 끝나기만 기다렸지만, 이제 견제와 위기가 지속적인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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