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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지진 여파로 공공기관 납품 지연…대법 "지체금 깎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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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한국철도공사 상대 소송 상고심 파기환송…"96억 지나쳐"

물가상승 따른 계약금 233억원 증액 주장은 인정 안해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물건의 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지체상금을 계약서 내용대로 모두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물품 대금 소송 상고심에서 "철도공사가 23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현대로템은 2009년 철도공사에 56량의 화물용 전기기관차를 3천500억여원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탓에 부품 공급사인 도시바의 부품 공급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기관차의 납품도 늦어졌다.

이에 철도공사는 납품이 늦어진 열차에 대한 지체상금(계약지연에 따른 보상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만 지급했다.

현대로템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므로 지체상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업체의 생산 지연 내용과 이로 인한 영향의 정도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현대로템 자체의 공정상으로도 많은 지연 사유가 발생했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은 실제로 도시바의 생산 지연이 현대로템의 공급 지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보이는 만큼 96억여원의 지체상금을 모두 매기는 것은 과다해 보이므로 절반인 48억여원만 인정하도록 했다.

반면 2심은 현대로템이 국내 유일의 전기기관차 공급 업체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데다 지체상금의 액수 등도 전체 계약금액과 비교해 크지 않은 만큼 이를 감액해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

민법상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해주려면 '경제적 약자를 부당하게 압박할 만큼' 과다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지체상금을 깎아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인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내 전반적 산업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 경험칙상 인정된다"며 "이를 불가항력이라 볼 수 없더라도 부품 생산 공정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현대로템이 철도공사에 "애초 계약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추가로 줘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은 2심과 달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한 국가계약법 제19조가 현대로템과 철도공사 사이에 물가에 따른 대금 조정을 하지 않기로 한 계약서상 특수조건보다 앞서는 '강행규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가 물가상승을 반영한 계약금액 조정금 233억여원을 현대로템에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국가계약법이 당사자 사이에 특수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아니며, 그런 계약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계약의 특수조건이 현대로템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해 효과를 부인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현대로템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해 철도공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고 하기 어렵고, 물가상승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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