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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국제전화 무료화가 마냥 좋을까? ‘통화해방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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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화 로밍료 부담 낮추는 조처에 ‘우려’ 목소리도

“그동안은 ‘국제로밍중’ 메시지 들리면 바로 끊었는데

통화료 부담 사라졌으니 아랑곳하지 않고 걸지 않을까”

“서로 통신 에티켓 지켜 삶의 질 낮아지지 않게 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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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여행·출장이 주는 ‘혜택’ 가운데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국내에 있을 때는 ‘무조건’ 받아야 하지만, 국외에 나가서는 비싼 국제로밍료 부담을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아도 ‘양해’가 됐다. 전화를 걸었을 때 “국제로밍중입니다”라는 음성메시지가 나오면 정말로 긴급한 통화가 아닐 경우에는 서둘러 끊어주는 게 오히려 ‘예의’로 간주돼왔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17일 데이터로밍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국제전화 요금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이런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로밍중입니다’라는 안내에도 “국제로밍료 부담도 없는데 뭘” 하며 통화 연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들은 국외 출장 간 직원에게 상사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상황을 상상하기도 한다. “통신비 부담을 낮춘 것은 고맙지만, 삶의 질에는 도움이 안될 것 같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반응은 이동통신 품질이 개선될 때마다 나왔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건물 지하나 지하철에서는 이동전화가 터지지 않았다. 직장인들이 사우나 등에서 ‘농땡이’를 치다가 직장 상사나 배우자의 전화를 받지 못했을 때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거나 “건물 지하 다방에서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는 핑계가 통했다.

이동통신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지하철은 물론이고 오지 산속에서도 전화 연결이 되는 지금은 말 그대로 “택도 없는 소리” 취급을 받기 십상이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그랬다. 지금도 “그때가 좋았는데”라며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이동전화가 안되는 ‘통신 후진국’ 국민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통화 자기결정권’이 없다. 벨이 울리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안받으면 “감히 내 전화를 씹냐”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심지어 전화를 조금만 늦게 받아도 타박을 한다. 전화를 못받은 경우에는 꼭 콜백해야 한다. 안 하면 뒷담화에 오른다. 통화품질 문제로 전화 연결이 안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도 안한다. 미국 등과 달리 통화료를 모두 전화 발신자에게 물리는 사업자들의 전략이 발신자로 하여금 당당하게 수신자에게 통화를 강요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전화 이용자들의 삶의 질은 떨어졌다.

해결책으로는 상호 간에 ‘통화 에티켓’을 지켜주는 것이 권고된다. 우선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번 조처로 국제통화료 부담이 낮아지는 경우는, 이 업체 가입자 가운데 스마트폰에 ‘티(T) 전화’ 앱을 설치하고, 데이터로밍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다른 업체 가입자들은 여전히 국외 현지에서 전화를 받을 때 착신료(국제로밍료)를 물어야 하고, 티전화 앱을 깐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라도 데이터로밍 정액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데이터로밍료를 부담해야 한다.

국외 출장·여행자와 통화를 하고자 할 때는 전화를 걸기 전에 상대가 있는 곳의 시간이 어찌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자칫 한국은 낮이지만, 현지는 밤이라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국제로밍중입니다’ 메시지는 해당 가입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만 들려준다. 국외 여행·출장 기간에는 전화를 삼가해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전화를 걸었을 때 이 메시지가 들리면 바로 끊는 에티켓을 지키는 게 이번 조처로 삶의 질이 낮아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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