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주류는 제조원가나 수입가격 같은 가격에 세율을 곱하는 종가세(從價稅)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술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從量稅)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내년 전환을 검토하겠다”며 “향후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 전체 주류 과세체계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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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 업체들은 이를 ‘역차별’로 규정하고 과세방식을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강성태 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이’를 묻는 질문에 “세율은 같은데 과세표준 자체가 높아서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파격 할인’이 가능해진 수입 맥주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2013년 4.9%에서 지난해 16.7%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종량세 도입으로 ‘4캔 1만원’하는 수입 맥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맥주 1L당 약 85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재 맥주회사들은 과세표준에 72%를 부과하는 주세를 내고 있는데, 850원은 이를 L로 환산한 평균 주세액으로 봐도 무방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세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 부담을 예전과 똑같이 하자는 차원에서 주세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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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유명 프리미엄 맥주는 신고한 수입 가격이 비싸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여기에 붙는 주세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들의 ‘4캔 1만원’ 할인행사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6캔 1만원’식의 파격 할인 행사는 보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현재 500mL 한 캔에 1000원 초반대에 팔리는 저가 수입 맥주는 종전보다 주세가 더 붙으면서 소비자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주세 체계 변화는 술의 종류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예컨대 수제 맥주는 다품종을 소규모로 생산해 원가가 높아 기존 종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종량세를 적용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가격이 비싼 전통 명품주ㆍ양주ㆍ와인 등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와 주세 5%의 혜택을 받고 있는 막걸리는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희석식 소주의 주세액은 10.95% 증가하는 반면 위스키는 72.44% 감소한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중앙일보와 만나 “연구 용역,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주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전반적인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손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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