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2018 국제이슈] ② 지구촌 뒤흔든 무역전쟁…내년에도 해결 난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율관세 공방 이후 트럼프·시진핑 담판으로 휴전

무역전쟁 본질은 세계경제와 첨단기술 둘러싼 패권 다툼

"미·중 현 지도자 집권기보다 오래갈 반도체전쟁" 관측도

연합뉴스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벽을 세우고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경제적 철의 장막'(Economic Iron Curtain)을 치게 될 것이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분쟁이 해결되지 못할 때 벌어질 상황을 이렇게 경고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 무역전쟁은 2018년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펼쳤다.

보호주의 화살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으로도 꽂혔지만, 집중포화를 맞은 것은 트럼프 정부의 강경파들이 미국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된다고 지목한 중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500억 달러(약 56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5∼6월엔 미국과 중국 정부 대표단이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협상을 벌였으나 타결은 불발됐고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동등한 규모와 강도로 보복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트럼프 정부는 9월 2천억 달러(227조원)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내년 1월부터는 관세율을 25%로 높이고 중국의 보복 시 중국 수입품 전체로 관세를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도 500억 달러, 600억 달러(68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고를 차례로 실행에 옮겼다.

관세 전쟁은 양국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

호황을 구가하고 있던 미국에서는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얽혀있는 공급망의 혼란과 제조비용 상승에 고통을 호소했고 중국산 수입품이 생활용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 물가상승 우려도 커졌다.

미국의 휴대전화 칩메이커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인수하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고도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난 7월 거래가 무산된 것도 무역 전쟁의 여파였다.

중국 경제가 입은 타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6.5%로 떨어졌고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0으로 하락해 중국 제조업 경기의 확장세가 멈춰섰다. 11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6%나 줄었다.

씨티그룹은 무역 전쟁의 타격으로 인해 내년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반 토막 나고 성장률도 1%포인트 넘게 깎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1, 2위 경제국의 경제 우려는 고스란히 세계 경제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졌다. 주요국 증시의 주가는 무역 전쟁 우려를 키우거나 줄이는 재료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심하게 출렁거렸다.

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세기의 담판'에 나섰고 결국 90일간의 무역 전쟁 휴전 합의라는 결과를 끌어냈다.

2019년 3월 1일까지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무역 협상을 벌인다는 합의로, 이후 양국 관리들은 전화통화 등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기로 하고 주춤했던 대두 등 미국산 제품 수입에 다시 나서는 등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무역 전쟁의 끝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과 지적 재산권·사이버안보 침해를 해결하기엔 3개월 시한은 짧기도 하거니와 다툼의 성격상 양국 입장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 미국이 무역 전쟁으로 얻으려는 것은 단순히 3천500억 달러(397조원)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국가로 도약하는 중국의 위협을 꺾으려는 것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관세 폭탄을 투하하기 전후로 중국 '반도체 굴기' 대표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를 미국 마이크론의 기술을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했으며, 미국 기업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의 숨통을 조였다.

미국은 안보동맹국들에 대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제품을 쓰지 않도록 압박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對)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무역 문제 해결과 미국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화웨이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해 멍 CFO 체포 사태와 무역 협상 간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中 화웨이 회장 딸 전격 체포 (CG)
[연합뉴스TV 제공]



미국이 관세 부과 대상 리스트에도 시진핑 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항목이 많았다.

첨단기술, 나아가 세계 경제의 패권을 둘러싼 다툼인 만큼 미·중 어느 한쪽도 먼저 굽힐 수 없는 전쟁인 셈이다.

일각에서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전후 냉전에 버금가는 '경제 냉전'이 될 것이라고 해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야 할 운명이고 미국은 따라잡히지 않으려고 단단히 결심한 상태"라며 '반도체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의 집권기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ror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