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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알쏭語 달쏭思] 저격(狙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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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요리사 백종원과 ‘맛 평론가’ 황교익 사이의 설전이 자못 뜨겁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지난 토요일 아침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이들 두 사람 사이의 설전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였는데, 자막까지 띄우면서 거푸 ‘저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황교익이 백종원을 저격하자, 백종원도 황교익을 저격했다는 식의 보도였다. 글쎄, 이런 상황에서 저격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저격은 ‘狙擊’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긴팔원숭이 저’, ‘때릴 격’이라고 훈독한다. 긴팔원숭이는 원숭이 중에서도 특별히 영리하고 꾀가 많아서 딴전을 부려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다음 별안간 먹이를 낚아채 달아나는데, 그 동작이 워낙 빨라서 손쓸 틈도 없이 당하고 만다고 한다. 긴팔원숭이의 이러한 공격에 대한 비유로부터 狙擊이라는 말이 생겼다.

오늘날 국어사전은 “일정한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을 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원래 의미로부터 확장된 의미로서 “일정한 대상을 노려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일”이라는 풀이도 덧붙여 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군사용어로서 “원거리에서 노려 공격하는 것”, “정밀 사격을 주요 공격 수단으로 하는 유격 전술”을 지칭한다는 풀이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狙擊을 군사용어로 기억하고 있다. 특수 장비를 갖추고 상대를 노려 죽이는 것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요원을 일러 저격수(狙擊手)라고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狙擊은 상대에 대해 치명타를 가하고자 하는 목적을 띤 단어이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비록 국어사전에 “대상을 노려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일”이라는 덧풀이가 있긴 하지만 요리사와 맛 평론가 사이의 설전을 저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지나친 것 같다. 불필요하게 강도를 높여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극적인 말을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는 사회가 곧 부드러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김병기 서예가,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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