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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한국형 `AI닥터` 개발 임박…8대질환 토털진단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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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정밀의료 솔루션 ◆

매일경제

산학연병 드림팀이 힘을 합친 '한국형 의료 인공지능(AI)' 개발이 '팔부능선'을 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데이터를 학습하는 중이다. 심뇌혈관과 치매, 소아희귀난치성 유전질환 등 3대 분야는 당장 내년부터 의료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심장질환,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뇌전증 등 다른 5대 질환도 2020년이면 개발을 마치고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AI 이름은 '닥터앤서'다. 한국인의 데이터로, 한국 의료기관의 진료 경험을 녹여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으로 만든다. 8대 질환 21개 소프트웨어를 갖춘 토털 보조진단 솔루션으로, 첫 '한국형 AI 정밀의료 서비스'를 표방한다. 정밀의료란 미래 의학의 핵심 개념으로, 개인별 맞춤치료를 제공하고 병에 걸리기 전부터 예측하고 예방하려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의료데이터를 학습한 의료 AI 소프트웨어가 필수인데, 닥터앤서는 첫 번째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참여 기관 면면부터 남다르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은 물론 지역 주요 거점 병원이 모두 참여했다. 라인웍스, 제이엘케이인스펙션, 셀바스AI, 3Billion,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뷰노, 딥바이오, 라이프시맨틱스 등 의료기기·헬스케어 대표 기업도 대부분 포진해 있다. 공통 플랫폼으로 사용할 클라우드는 카카오브레인이 만들고,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는 데이터스트림즈가 담당한다. 올해 9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고 2020년까지 18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과제 전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며, 연구총괄주관은 서울아산병원이 맡았다.

닥터앤서는 의사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숙련된 의사의 경험과 기술력에만 의존한다면, 앞으로는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기반한 의견이 추가로 붙는 것이다. 오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물론 더 정확하고 안전한 진료가 가능해지므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헬스케어와 유전체 분석, 의료기기 회사들에는 황금 같은 기회다. 의료진과 공동 개발하고 소통 창구를 만들 수 있는데다 이 서비스의 최종 구매자가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조용현 라인웍스 대표는 "무엇보다 국내 대표 병원 의사들이 리드하면서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라며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기획·개발할 때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실제 환자 치료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가는 모습을 보며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차병원 등과 소아희귀난치성유전질환 SW를 개발하는 3Billion의 금창원 대표는 "희귀질환은 환자가 많지 않아 진단 케이스나 데이터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큰 병원 4곳과 협력하니 양질의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며 환영했다. 금 대표는 또 "지금까지 환자 증상을 본 후 자신이 아는 유전자변이를 일일이 수동으로 검사하며 진단해왔던 의사들도 환자 증상까지 학습한 AI 엔진의 진단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닥터앤서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르면 2021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고, 국내 주요 병원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김종재 서울아산병원 연구원장 등 의료진은 의료기기 허가는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보 수가까지 받아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AI 특성상 일선 병원에 보급된 후에도 양질의 환자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기 때문에 닥터앤서는 계속 진화할 수 있다. 19개 참여 기업은 "닥터앤서가 지속적으로 기능과 성능이 개선되며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고, 이를 발판으로 더 많은 인공지능형 의료 SW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글로벌 시장까지 노려볼 만하다. 한국 ICT와 의료시스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성공사례만 만든다면 해외수출 길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2021년까지 진행되는 또 다른 국가과제인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진은 물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밀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닥터앤서 :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사람(ER)을 합친 단어로 의사를 보조한다는 'Dr & Sir(Supporting Intelligence Reference)'라는 의미를 담았다. 인공지능이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단·치료에 대한 답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빅5를 포함한 25개 의료기관과 ICT·SW 기업과 기관 19곳이 참여했다.

▷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 진료, 진료지원, 원무, 보험 등 의료기관 주요 업무를 38개로 모듈화해 클라우드 서비스(SaaS) 형태로 만드는 프로젝트. 고대의료원 등 14개 기관이 참여해 닥터앤서 같은 AI 솔루션이 적용될 수 있도록 확장성을 고려해 개발 중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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