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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1兆 시대 연 파크랜드… 새 혁신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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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디지털 시프트(Digital Shift)'의 격랑 속에 있는 것처럼 '옷 문화'도 변화의 임계점(臨界點)에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브랜드 전략, 서비스 품질, 매장 환경 등 전반을 점검하고 재정비해 '100년 기업'을 향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서동 파크랜드 본사에서 만난 박명규(65) 사장은 "직원들에게 최근 대학원에서 빅데이터(Big Data·대용량 정보) 분석 방식을 배우게 했고 아마존·이베이 등과 같은 온라인 판매를 우리의 강점인 오프라인 판매망과 통합시키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의류 브랜드의 대표인 그가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미칠 의류 트렌드의 민감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은 동부 쪽엔 정장류, 서부 쪽엔 캐주얼류가 강세를 보인다"고 했다. 미국 서부에는 실리콘밸리가 있다.

조선비즈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파크랜드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박명규 파크랜드 사장이 전시된 양복 상품을 만져보고 있다. 박 사장은“아마존·이베이와 같은 온라인 판매를 파크랜드의 오프라인 판매망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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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새롭게 미래 설계를 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올 초부터 LG전자가 시작한 복장 자율화의 향배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기업인 LG전자의 '캐주얼 데이 확대'가 의미하는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좋은 옷, 좋은 가격'이란 캐치프레이즈로 국내 대중 양복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파크랜드'는 이번 달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30년 전인 1988년 출범 당시 제일모직·LG패션·코오롱 등 양복 시장을 주름잡던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중저가 틈새시장에 도전장을 낸 신생 회사였으나 지금은 양복 시장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변화에 민감한 조직 유전자(DNA)는 파크랜드의 강점이다. 최근 방문했던 파크랜드의 해운대구 반여 공장 벽에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라'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박 대표는 "파크랜드는 부산의 의류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인 태화섬유를 모태로 출범했다"며 "당시 국내 양복 시장은 대기업의 고가 브랜드와 무명 브랜드가 만들어 재래시장에서 파는 저가 의류로 양분됐었다"고 했다. 그는 "'가격 거품을 뺀 좋은 옷, 좋은 가격'이란 광고 카피로 두 시장의 틈새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양복 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저가 시장 부상이라는 변화를 먼저 알아본 것이다. 그는 "이 전략이 주효해 '대박'이 났고 창사 후 지금까지 양복 1400만벌을 만들어 팔았다"며 "양복을 입는 우리나라 성인들이 모두 한 벌씩은 사 입었을 정도의 물량"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기회를 움켜쥘 경험과 기술력의 축적도 주효했다. 그는 "1970~80년대 지방시,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셔츠를 위탁 생산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단을 자르는 재단, 소매와 컬러·주머니를 만드는 공정 등 생산 과정을 자동화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던 유통 단계를 과감히 줄였다"며 "그런 노력 끝에 '가격은 소나타인데 품질은 벤츠'인 양복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줄곧 고객 입장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첨단 자동화를 확대하고 끊임없이 품질과 디자인을 혁신해온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창사 이래 지금까지 매년 40억~50억원을 자동화 시설 설치와 생산성 향상 연구에 투입해왔고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LG그룹의 '캐주얼 시대' 선언 등 새 트렌드에 맞춘 혁신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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