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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한수원이 비정규직 정규직해준다며 용역업체 직원들 다 빼가… 망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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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000만원 넘는 민간회사 정규직을 연봉 올려주고, 정년까지 늘려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답니다. 직원들 다 빼가면 우린 죽으란 말입니까."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선 관리를 맡은 용역업체 선광티엔에스 조준호 대표는 "한수원에 직원들 다 빼앗기면 우리 회사는 문 닫아야 하는데 24년 쌓아온 기술 노하우는 어떻게 되느냐"고 했다. 석탄·LNG발전소와 달리 원전에는 방사선 관리구역의 출입·작업관리, 방사선 측정과 물질 관리, 폐기물 처리 등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업무는 과거 공기업이 해왔는데 1990년대 민영화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이런 민간기업 9사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 용역업체들은 매출 70%가량을 한수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선광티엔에스 등 9개 용역업체 직원은 1200여명. 이 중 본사 관리직·연구직 등을 제외하고 900여명이 원전 현장에 방사선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한수원은 이 900여명을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면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9개 용역회사 노조에 '100% 정규직 채용, 현재 연봉 이상 보장, 정년 65세 보장(한수원 정년은 60세)'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용역업체는 한수원 방침에 강하게 반발한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저임금을 받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이 업체들의 직원들은 정규직인 데다가 연봉은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면 평균 6000만원 안팎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원전 방사선 관리 업무는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데도 한수원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지적한다. 한수원이 의뢰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용역보고서에도 '방사선 관리 부문은 민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고, 중소기업 육성 분야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권수천 고도기술 대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함께 원전 해체 산업을 키우겠다면서도 정작 원전 해체 기술을 가진 방사선 관리 업체를 고사시키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9사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방사선 관리와 관련해 168개 특허를 따낼 정도로 전문 기술을 보유해왔다.

9개 용역업체는 한수원이 자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을 강행할 경우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신고하고, 법원에도 가처분 신청·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현재 노·사·전문가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전수용 기자(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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