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9 (토)

"色으로 채울수록 집은 더 넓어 보이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 지휘하는 샬롯 마커스 펄맨

최근 몇 년 새 세계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대담함(bold)'과 '색채'다. 한눈에 확 띄는 원색의 소파나 쿠션, 벽지로 포인트를 주는 것. 내년엔 이보다 좀 더 안락하고 따스한 느낌의 색채에 오래돼 견고한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가구가 더 사랑받을 것으로 해외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워싱턴 포스트는 "불안한 정세와 암담한 뉴스가 계속되는 요즘 집에서만이라도 포근한 둥지 같은 느낌을 연출하려는 욕구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서울 도산 에르메스 메종 3층을 전시공간으로 꾸민 에르메스 홈 아트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 2014년부터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진두지휘하는 그녀는“자연 그대로의 나무 색감을 지닌 가구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홈 컬렉션 전시 'Species of Spaces'(공간의 종)는 이러한 트렌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는 에르메스이지만 이번 컬렉션만큼은 트렌드에 가장 부합한다. 파스텔 빛깔의 블록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대나무·단풍나무 같은 천연 소재에서부터 캐시미어 플레이드(격자무늬 천), 누빔이 눈에 띄는 이불과 벽장식, 거푸집에서 주물로 떠낸 황동 테이블 등 마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온 듯 환상적인 색감과 자연 소재가 눈길을 붙든다.

이를 지휘한 에르메스 홈 컬렉션 아트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나무로 된 큐브에서 집안 배경을 만드는 데 영감을 받았다"면서 "장인정신이 강조된 기능적인 제품을 돋보이게 하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컬러감 넘치는 배경이 오히려 가구와 장식물들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꺼리는 조합이라고 하자 펄맨은 "그건 프랑스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가죽 같은 뉴트럴 색상은 다른 색상에 묻힐 수 있지만 가장 내추럴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색감들과 조화를 이루기도 쉽지요."

조선일보

뉴트럴 색상의 가죽으로 만든 테이블 세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축가 출신으로 디자이너 필립 스탁과 마크 록웰 사무실에서 일했던 펄맨은 "건축가로 일할 땐 공간 감각, 빛의 감각을 키우는 게 특히 중요했는데 인테리어 쪽에선 비례를 보는 감각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물건을 채워넣어야 더 넓어 보인다"는 것. "놀랍게도 공간이 비어 있으면 오히려 좁아 보이고 가구나 물건이 들어오면 더 넓어 보입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선 장식 예술에 대한 열렬한 유행이 있었는데 요즘도 반복되고 있지요."

펄맨이 바라보는 '차세대 제품'은 전통 장인의 숨결이 담긴 공예. 아시아의 바구니 공예에도 관심이 높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협업한 유명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카루미 의자'와 이슬기 작가의 누빔 이불 등이 그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3년 전 프랑스 장식 미술 전시관에서 만난 이슬기 작가의 실크 이불은 서양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방식의 바느질(누빔) 작업이었지요.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웠고 위트도 있었고요. 한눈에 반해서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한국의 전통 이불이 서양에서 혁신적인 예술 조형물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최보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