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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시애틀, 중고교 등교 55분 늦췄더니 수면시간 34분 늘고 성적 4.5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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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간 늦추기 효과 주목

교실서 하품 사라지고 토론 수업… 저소득층 결석-지각률도 떨어져

동아일보

“더 이상 잠 못 드는 시애틀은 없다(Sleepless No More In Seattle).”

최근 공영라디오 NPR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워싱턴주 시애틀 학교의 ‘등교 시간 늦추기 운동’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다수 미국 중고교생들은 오전 8시를 전후해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등교 시간을 30분 또는 1시간가량 늦추는 시도가 일부 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가 시애틀이다. 시애틀 지역 중고교는 2016년 가을 학기부터 등교 시간을 오전 7시 50분에서 오전 8시 45분으로 55분 늦췄다. 너무 이른 등교가 학생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애틀 학교의 이런 등교 시간 늦추기가 10대의 수면 시간 증가에 꽤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수록된 워싱턴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등교 시간을 55분 늦춘 시애틀 고교생의 수면 시간은 34분 늘어났다. 등교 시간이 수면에 미친 영향을 실제 기록으로 증명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시애틀 학교들이 등교 시간을 늦추기 전인 2016년 봄 학기와 새 등교 시간이 시행된 2017년 봄 학기를 비교했다. 시애틀에 있는 루스벨트고와 프랭클린고의 1교시 생물 수업을 듣는 2학년생 92명(2016년)과 88명(2017년)을 대상으로 각각 2주간 모니터기를 손목에 차도록 하고 비교 관찰했다.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 더 늦게 잠자리에 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학생들이 잠드는 시간은 전과 비슷했다. 등교 시간이 늦춰진 뒤 아침 시간에 더 많은 잠을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등교 시간은 성적, 결석·지각률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두 학교 학생들의 생물 평균 성적은 등교 시간 변경 전 77.5점이었으나 교체 후엔 82점을 기록했다. A J 카트자로프 프랭클린고 교사는 “등교가 빠를 때는 교실에 하품이 가득했다”며 “시간을 바꾼 후 더 많은 학생들이 깊은 사고와 심도 있는 과학 토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결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소득층 지역에 있는 프랭클린고는 등교 시간을 늦춘 후 결석과 지각률이 각각 2%포인트가량 줄었다.

미국에서 10대의 건강과 관련해 등교 시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최근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소아과학회도 수년 전 오전 8시 30분 이후 등교를 권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들은 자체적으로 등교 시간 조정을 하고 있지만 장애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등교 시간 변화가 전 사회적 변화를 요한다는 점이다. 중고교 등교 시간은 초중고교생이 함께 이용하는 스쿨버스 노선과도 연결돼 있다. 늦어지는 하교 시간에 따라 방과 후 일정도 조정해야 하며, 부모의 업무 시간 변화도 필요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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