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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매경춘추] 경계, 내 안에 잠재한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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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필자는 1999년 우연히도 혐오 표현(hate speech)에 대한 논문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발표한 바 있다. 내용은 미국에서의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와 우리나라에 대한 함의 연구였다. 내용이 미국에 관한 것이라 그랬는지 당시에는 피드백이 많지 않았고, 어떤 연구자는 한국은 '혐오 표현이 없지 않은가'라는 코멘트를 줬다. 그러나 약 20년이 지난 2018년 12월 10일 '인권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혐오 표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실을 개탄했다.

혐오 표현은 원래 인종적(민족적), 성적, 종교적 차이 등으로 인해 그 권력적 관계에 있어 강한 자가 약한 타인을 경멸하는 표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해외 이주민이나 장애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경멸적 표현으로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더욱 최근에는 남북 간의 교류가 커지면서 남북 상호 간 적대적 표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소위 '갑질'과 같은 행위도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혐오 표현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혐오 표현이 가져오는 사회적 해악에서 우리 사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우리 내면의 혐오를 돌아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내면에 잠재해 있는 타인에 대한 혐오가 특정한 상황에서 타인과의 열린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SNS 등을 통해 더욱 강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처럼 대학생들은 배운 사람으로서 타인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분석하고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혐오 표현과 관련해 국회에서 오래 논의됐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러 사정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는 관련 논의를 계속해 나가되 우리 안의 혐오를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정하고 우리 내면에 자리한 혐오의 원인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

[이재진 한국언론학회장·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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