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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백악관, 민주당 향해 “국경장벽 위해 뭐든 할 것”…셧다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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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밀러 선임정책고문 압박

“일하는 계층 위해 싸우든지

불법 이민 조장하든지 선택하라”

‘하원 다수당’ 앞둔 민주와 기싸움

민주, 50억달러 중 13억달러만 인정


중간선거 승리로 새해에 하원 다수당이 되는 미국 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반대와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을 놓고 물러서지 않으면서 상대에 대한 기선 잡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정책고문은 16일 <시비에스>(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폐쇄 등 “국경장벽을 건설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는 매우 근본적인 사안”이라며 “미국이 주권국가인가 아닌가, 혹은 우리가 우리 나라 입국을 위한 법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걸렸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미국의 일하는 계층을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불법 이민을 조장하든지 간단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1일이 시한인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연방정부 잔여 예산 편성에서 국경장벽 건설에 50억달러(약 5조6575억원)를 요구한다. 민주당은 장벽 건설이 아니라 국경 안보 강화를 위한 13억달러만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예산 승인을 거부해 연방정부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하원 다수당이 되는 민주당이 자신의 국정 의제에 강력한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자, 그 전에 장벽 예산을 놓고 민주당과의 극한 대결에 나섰다. 그는 지난주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및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의도적으로 공개적 설전을 벌였다. 그는 장벽 건설비 50억달러를 얻기 위해 연방정부를 폐쇄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까지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절대 불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15일 <엔비시>(NBC)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장벽 예산을 위한 투표는 없을 것임을 이해해야만 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그런 장벽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예산 편성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인 다수당인 지금 표결에 붙여도 상원에서는 60표 이상 얻어야 한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1석을 차지하고 있다.

타협안 도출 가능성도 높지 않다. 공화당 쪽에서는 연방정부 폐쇄를 2~3주간 피할 수 있는 단기 예산을 통과시킨 뒤 추후 협상을 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것도 거부하고 있다. 설사 타협안이 나와도 통과는 불투명하다. 공화당 내에서도 장벽 건설에 회의적인 의원이 적지 않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회기로 임기를 마치는 7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장벽 예산 편성이 현실적으로 힘든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에서 민주당에 밀리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와 <피비에스>(PBS)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예산 문제를 타협해야 한다고 답했고, 36%는 연방정부가 폐쇄돼도 타협은 안 된다고 답했다. 타협 불가를 외친 응답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폐쇄되더라도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새해부터 기세등등해질 민주당에 맞서 진흙탕 싸움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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