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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美 공화ㆍ민주 모두 “셧다운 불사”… 국경장벽 예산 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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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까지 예산안 통과 무산 땐 연방정부 일부 기능 정지

백악관 “건설 필요한 것 다 할 것” 민주당 “트럼프, 현실 깨달아야”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 확보를 위해 셧다운 사태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연말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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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연방정부가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확보 문제를 두고 백악관과 민주당 모두 셧다운 사태를 불사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1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방 정부를 셧다운할 지를 묻는 질문에 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도 야당 지도자와 설전을 벌이며 "나는 국경보안 때문에 연방정부를 셧다운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까지 언급하며 셧다운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장벽 건설 비용 50억 달러(5조6,500억원)를 반영해 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ㆍ하원 모두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선 상원에서 60표를 확보해야지만 공화당은 51석만 갖고 있다. 하원에선 공화당이 과반 이상이지만 11월 중간선거로 의석을 잃게 된 의원들이 사무실을 비우고 짐을 싼 처지여서 표 대결 자체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이나 상원에서 장벽에 대한 투표는 없을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도 장벽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얻을 것은 그의 짜증에 따른 셧다운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인 21일까지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22일 0시부터 연방 정부의 일부 기능이 정지된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 9월 말 처리 때 합의되지 않은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예산안의 일부분으로 전체 연방정부 예산의 25% 가량에 해당된다.

공화당과 백악관 인사들이 주말 동안 2주짜리 임시 예산안 편성 방안을 검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싸움이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내년에는 하원을 차지한 민주당의 협상력이 더욱 커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핵심 공약인 국경 장벽 예산 확보가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민주당에 책임을 전가하며 셧다운 사태를 불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시 예산 편성 방안에 대해 어떤 신호도 주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셧다운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을 받겠지만, 그런 비난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며 “오히려 지지층은 대통령을 좋아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의회전문 매체 힐이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조건을 달면서 발생한 지난 1월에는 이를 주도했던 척 슈머 원내대표 이름을 딴 ‘슈머 셧다운’이라는 비판이 성립했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이 비난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힐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자랑스럽다”고 언급해 ‘트럼프 셧다운’이란 비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공개된 NPR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예산에 대해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이 56%였고 셧다운이 발생하더라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36%였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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