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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법원 "회사 차로 매일 동료들 출·퇴근시켰다면 업무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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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우종운 기자 = 매일 회사 차량을 직접 운전해 2시간 넘게 동료들의 출·퇴근을 도왔다면 업무의 일환으로 봐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6년 3월 하수도 공사 전문 업체 현장 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부전 등으로 끝내 사망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A씨의 유족은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제공한 출·퇴근 차량을 A씨가 직접 운전해 매일 자택 인근에 사는 동료들의 출·퇴근을 도운 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엇갈린 판단을 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에서 출·퇴근 차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이를 회사의 지시에 따른 업무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출·퇴근에 소요된 약 2시간45분을 근무시간에 포함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악취 등 작업환경이 열악해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회사가 A씨에게 차량을 제공하고 동료들을 출·퇴근시켜주도록 배려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매일 동료를 출·퇴근시키는 것은 자가 차량으로 홀로 출·퇴근하며 피로도나 건강상태에 따라 대중교통 등 다른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할 수 없다”며 “출·퇴근 과정도 업무의 일환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의 출·퇴근 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할 경우 사망 전 1주 동안 주당 73시간30분, 4주 동안 주당 64시간11분을 근무해 업무상 질병인지를 판단하는 1차 기준을 넘긴 것으로 인정됐다.

A씨의 불규칙한 주당 업무 시간에 대한 판단도 1심과 2심이 엇갈렸다.

사망 이전 1주일간 A씨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57시간을 근무했다. 이는 A씨의 사망 전 12주간 평균 근무시간(주당 33시간)보다 71%나 증가한 시간이다.

1심은 A씨의 동절기 업무시간이 대체로 주당 16시간30분∼34시간30분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급격히 업무 부담이 늘어났다기보다는 회사의 특성상 동절기에 한시적으로 업무가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매주 업무시간이 25시간, 58시간, 35시간, 49시간, 57시간 등으로 불규칙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업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기를 반복하는 형태는 뇌혈관·심장혈관에 영향을 주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유발했다고 봐야 한다”며 “업무시간이 3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 있다 해도 급격한 증가로 인한 부담을 상쇄시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단과 달리 2심은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기존의 병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봐야 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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