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걸고 싸우겠다”…13일 EU정상회의로
EU, “안전장치’ 확약 검토…합의 바뀌진 않아”
상처뿐인 승리였다. 내상은 깊고, 앞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 집권 보수당의 신임 투표에서 일단 불명예 퇴진의 위기를 벗어났다. 보수당 하원의원 317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메이 총리는 신임 200표 대 불신임 117표를 얻어, 당규상 최소 1년은 불신임 위협이 없이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가 부실하다며 반발한 당내 강경파의 퇴진 압박을 잠재우고 브렉시트를 마무리할 시간을 번 셈이다. 앞서 10일 메이 총리는 부결이 확실시되던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인준 표결을 하루 전에 전격 취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메이 내각은 리더십 공백 위기로부터 한숨을 돌렸지만, 유럽연합과 다시 한번 기약 없는 줄다리기를 하게 됐다. 수정된 합의안을 다시 의회 표결에 부쳐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메이 총리는 신임 투표 직후 “상당수의 동료 의원들이 내게 반대표를 던졌으며, 나는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영국 국민들을 위한 브렉시트 이행 업무를 함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불퇴전의 의지도 다졌다.
전망은 밝지 않다. 메이 총리는 불신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이튿날인 13일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갔다. 유럽연합은 그러나 기존 합의문을 다시 열어보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영국의 브렉시트 강경파에게 가장 큰 반발을 산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의 한시적 적용을 보장하는 선에서 추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연합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메이 총리를 위한 초안이 작성되고 있으며, 유일한 가능성은 유럽연합이 영국에 북아일랜드 ‘안전장치’에 대한 확신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브렉시트 합의안은 유럽연합과 영국이 ‘미래 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가 당분간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에 대해서는 유럽연합 관세동맹 잔류를 더 강하게 규정하는 취지의 내용이 있어, 자칫 영국의 영토 통합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게 영국 강경파의 주요 반발 이유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에 대한 ‘안전장치’가 한시적으로만 가동된다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확약을 받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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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은 이번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내놓을 짤막한 성명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를 보면 “유럽연합은 (영국에) 추가 확약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그런 확약이 브렉시트 합의를 바꾸거나 합의와 상충되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한 고위 관리는 이 신문에 “‘안전장치’ 조항에 관한 한, 기존 합의문과 미래 관계 선언의 문구들은 명료하다”며 “만일 불분명한 대목이 있다면 영국 총리한테 뭐가 불분명한지 들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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