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전통한지 하나씩 찢고 붙여 완성
가슴 후벼파는 듯한 아련한 감성 전해
한지로 그림 그리는 13인 작가들 함께
13∼16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서 전시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풀꽃이 삐죽이 자란 물가 들녘에 아낙과 아이가 어디론가 향해 걷고 있다. 얼룩해진 하늘빛을 보니 귀갓길인가 보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전경, 강렬할 것 없는 화면이다.
그런데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이 통증은 뭔가.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아이와 길을 재촉하는 인생, 그것을 본 거다. 작가 한제화가 비춘 ‘집으로 가는 길’(2018) 위의 세상 말이다.
한 작가는 한지로 그림을 그린다. 콜라주 하듯 염색한 전통한지를 하나하나 찢고 다시 붙여 완성한다. 심지가 박힌 자연스러운 입체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지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더 있다. 1990년 창립한 한국한지미술회에 속한 작가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올해 행보가 좀 특별하다. 자신들의 한지작품을 들고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으로 향한 거다. 해마다 12월, 각 나라 미술가를 초청해 여는 전시회를 위해서다.
한 작가를 비롯해 오기숙·장정란·김희경·이미영·이수인·김복순·김애화·지상연·김복자·심수진·이정희·정호정 등 13인 작가의 작품을 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이미 다 드러나 있다는 것. 한지의 물성으로만 가능한 세상 말이다. 은근한 색감, 모난 데 없는 서정이 기억을 부른다, 추억을 부른다.
13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서 여는 기획전 ‘순수미술을 위한 살롱’(Salon des Beaux Arts)에 전시한다.
오기숙 ‘해바라기’(2018. 합판에 한지. 62×80㎝·사진=한국한지미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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