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文후보가 경공모 발음 어려워해 경인선으로 소개"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모 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경수 경남지사와 법정에서 마주한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증인신문을 받는 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여러 번 언급했다. 드루킹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은 물론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존재와 활동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드루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의 심리로 7일 열린 김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8월 9일 드루킹 특검 조사실에서 김씨와 김 지사 간의 대질 조사가 이뤄진 이후 120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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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에게 격려 요청했다"

특검 측은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전달한 보고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경공모는 비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후보의 비공식적 격려가 있다면 수천명 회원이 용기 100배로 경선과 대선에 임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드루킹은 해당 문건을 작성해 김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트루킹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경인선은 애초 ‘경공모 인터넷 선플 운동단’이었지만 김 지사가 '어르신께서 경공모를 발음하기 어려워한다'고 말을 해 경인선에 새로운 뜻을 부여하고 활동했다”고 밝혔다. 어르신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후보 시절 민주당 경선에서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을 외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인 적 있다.

드루킹은 지난해 1월 10일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한 기조연설에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도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에 오고 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그 증거로 제시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다음 주 10일 발표 예정이신데 가능하면 그 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말하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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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프로그램, 당연히 김 지사 허락받아"

또 드루킹은 김 지사 앞에서 매크로(동일작업반복프로그램)를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지사가 2016년 9월 처음으로 파주에 있는 경공모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매크로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시제품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그 이후로 ‘둘리’ 우 모씨에게 개발을 준비시켜 11월 9일 김 지사 앞에서 시연회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11월에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한 게 맞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김 지사에게 댓글 작업 등의 내용을 직접 보고하는 관계였고, 열흘 또는 2주에 1번 간격으로 보안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서 킹크랩 등과 관련한 ‘온라인 동향 보고’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당시 파주 사무실에서 이뤄진 시연회가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를 포함한 몇몇 참석자들과 스크린에 자료를 띄워놓고 이야기하다가 극비라고 표시한 킹크랩 관련 부분이 나오자 김 지사와 킹크랩 개발자인 우씨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을 나가게 했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우씨가 자동으로 댓글 추천을 누르게끔 킹크랩을 작동시킨 휴대전화를 김 지사 앞에 놓고 같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드루킹은 “이런 큰일을 하면서 정치인의 허락 없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당연히 허락을 받기 위해 시연을 했고 허락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시연회 장소에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 우씨는 지난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돌렸고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해 허락을 구하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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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 지사 변호인엔 공격적 태도

김 지사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진행되자 드루킹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 지사 측 변호인의 질문에 여러 차례 “구체적으로 좀 얘기하라”“진술 거부하겠다”“유도 신문하지 말라”고 답해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양쪽의 언성이 다소 높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은 3m가량의 거리를 두고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회를 본 적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달 공판에서는 “킹크랩 개발 및 시연에 대한 진술이 번복되고 있고, 드루킹 일당이 말을 맞춘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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