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2018.1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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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조작,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그 일당이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자주 번복하고 서로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이들과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 측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관련 재판의 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서로 사전에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났다. 법조계 일각에선 드루킹 일당의 이같은 행태가 무죄를 받기 위한 재판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드루킹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받고 있는 최근 재판에서 노 전 의원 측에 건넨 것은 돈이 아니라 느릅차였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이 "운전기사를 통해 노 전 의원 부인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냐"고 묻자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돈을 전달하고자 했을 당시 이미 노 의원과 관계가 애매해졌기 때문에 전날 준비한 느릅차를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지난 7월 특검 조사에서 노 전 의원에 정치자금 46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20여 일만에 번복한 바 있다. 이후로 노 전 의원에게 2014년과 2015년에 강의료로 4000만원을 전달한 것이 전부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진술 번복 이유에 대해 특검팀이 노 의원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 1차 조사 당시 검찰이 기소한 댓글조작 관련 선고가 있었는데 같이 잡힌 피고인들이 오래 붙잡혀 있는 게 미안해 허익범 특검과 밀담을 나눈 적이 있다"며 "허 특검이 도와달라, 희생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노 의원 부분만 진술해주면 예정된 날짜에 선고를 받게 해주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집행유예로 나갈 것이라고 해 원하는대로 얘기해준 것"이라고 했다.
드루킹의 공범들도 진술이 오라가락했다.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회원인 '둘리' 우모씨는 재판 때 "시연회 당일 접속한 네이버 화면은 PC버전"이라고 말했다가 검사 측이 "내역을 보면 모바일 페이지가 맞다"고 지적하자 "기록이 그렇다면 모바일이 맞는 것 같다"고 바로 번복했다. 우씨는 앞서 법정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하고 개발 허락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자금책으로 알려진 '서유기' 박모씨는 김 지사 변호인이 "수사기관에서 왜 김 지사를 모른다고 허위진술을 했냐"고 추궁하자 "내 변호인을 통해 전달된 드루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지사 변호인이 "말을 맞춘 것이냐"고 따지자 다시 "내가 미리 거짓말을 만들어 다른 회원들과 입을 맞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오락가락 진술에 공범들의 말맞추기 정황까지 드러난 셈이다.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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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 측 변호인의 증인 신문 과정에선 지금까지 드루킹 일당이 주장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술이 여러 증인들로부터 쏟아졌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관여 의혹 4차 공판에선 김 지사의 의원 시절 보좌관 한모씨가 증인으로 나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들은 링크가 몇 개 되지도 않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특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정치인이 보내는 기사 링크는 일상적인 홍보이지 댓글을 달아달라는 요청은 아니며 김 지사보다 기사 링크를 많이 보내는 정치인들도 많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을 비롯한 김 지사 측이 킹크랩 시연을 봤다면 명확히 기억했을 것이고, 댓글이 조작되는 것을 알았다면 먼저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씨 증언에 따르면 드루킹이 먼저 한씨에게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했고, 바빠서 만날 수 없다고 하면 한씨의 집앞을 약속 장소로 잡아 만나자고 재촉했다. 김 지사는 당시 드루킹과 만나는 것과 관련해 보좌진에 지시한 내용이 전혀 없다. 김 지사는 드루킹의 협박 문자를 받고 보좌진에 드루킹에게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또다른 증인으로 나온 드루킹의 전 아내 최모씨는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을 2016년 4~5월에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2016년 11월 김 지사 앞에서 시연한 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드루킹 일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처럼 재판을 거듭할수록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 발생 이후 줄곧 주장해 온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제까지 4회에 걸쳐 재판이 있었는데 오전에는 주로 특검이 질문하고 오후에는 변호인들이 질문하는 식이었다"며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이 많았고, 특히 (드루킹 일당이) 사전에 말을 맞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러나 "대부분 특검 신문 내용 중심으로만 보도되는데 하도 이상해 주변에 물어보니 원래 법조 기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잘 안나온다고 했다"며 "원래 그렇다니 어쩌겠냐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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