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북적·평일엔 썰렁 부산 기장군 소재 롯데몰 동부산점 내부 통로의 지난달 28일 일요일(왼쪽), 29일 월요일(오른쪽) 모습. 가족 단위 쇼핑객들로 통로가 가득 메워진 일요일 모습과 달리, 월요일의 같은 공간 풍경은 한산한 분위기다. [부산 = 문호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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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나마 비가 와서 쇼핑객이 좀 있네요. 평소 금요일에는 이것보다 사람 수가 더 적어요."
지난달 26일 금요일 오후 방문한 롯데몰 동부산점은 과장을 좀 보태도 차마 북적거린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지상 건물 동북쪽 1~3층을 차지하는 프리미엄 아울렛의 영업면적만 5만5400㎡ 규모지만, 각 층 손님은 200명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주요 브랜드 매장마다 손님 한두 명만 물건을 고르고 있었고, 저녁 시간대 3층 식당가도 빈자리가 많았다. 쇼핑객 김 모씨(58·여)는 "우리야 은퇴했으니까 아무 때나 올 수 있지만, 평일에 여기 와서 쇼핑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 기자가 만난 입점 점주들은 "복합쇼핑몰에서 주말 매출 비중은 한 달 매출의 60%가량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동부산점에서 영캐주얼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14억원 나왔는데, 그중 토·일요일과 공휴일 매출이 8억원 이상"이라며 "토요일에 900만원, 일요일에 1100만원꼴로 매출이 나는데 평일 매출은 심하면 200만원을 밑돈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을 추가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입점 상인들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롯데몰 동부산점은 형식상 아웃렛이지만 극장 등 다양한 문화 체험 시설을 갖춰 복합쇼핑몰로 등록됐다.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복합쇼핑몰로 등록돼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는 휴무일이 생긴다고 크게 줄진 않는다. A씨는 "일요일 매출 두 번이 빠지면 한 달 영업이익은 5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부산점 특성에서 기인한다. 평일에 쉽게 올 수 없는 만큼 주말에 '작정하고' 온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 외지인 고객이 주를 이룬다.
롯데몰 관계자는 "점포 특성상 고객의 95%가 자동차를 몰고 온다"며 "고객 중 평균 40%가 기장군이 아닌 외지에서 오는데 주말이 되면 이 비율이 60% 가까이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입점 점포 타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 일자리에도 전이된다. 동부산점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평일에 3명, 주말에 아르바이트 3명을 추가해 총 6명을 고용하는데 모두 기장·부산 지역 사람들"이라며 "주말 이틀이 사라지면 주말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직원도 1명은 줄여야 타산이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국내 복합쇼핑몰 임차인 구성을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복합쇼핑몰의 1295개 매장 중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총 833곳으로, 전체 입점업체 매장의 68%에 달했다. 유연하게 공간을 조정할 수 있어 온라인 전문몰 스타트업들이 오프라인 테스트장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스타필드 하남은 월 2회 휴일 의무휴업을 적용하면 월 방문객이 약 20만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285개 매장 중 중소기업·개인 운영 비율이 71% 수준으로 소상공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한경연이 잠실 롯데월드몰, 스타필드 하남, 현대백화점 판교점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81.7%로 압도적이었고, 찬성은 7.0%에 불과했다.
동부산점은 부산시가 한창 개발하고 있는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핵심 시설 역할까지 맡아 문제가 더 크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약 4조원 사업비를 투입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다. 관광명소인 해동용궁사를 중심으로 기장군 등 동부산 일대에 여의도 면적 약 1.2배의 명품 복합해양레저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몰에 더해 테마파크, 아쿠아월드, 이케아, 문화예술단지 등이 2021년까지 들어서면 연간 1100만명 관광객 수요가 기대된다.
동부산점은 350만~500만명 관광객 유치를 맡은 '핵심 집객시설'로 꼽힌다. 롯데몰이 들어선 후 토지·판매시설 분양이 늘어, 표류하던 사업에 '숨통'이 트였다. 대규모 쇼핑몰은 이처럼 신도시 계획의 산물이기도 하다.
신문기 부산도시공사 전문위원은 "집객시설은 사람을 모아 다른 연계시설에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일요일에 휴업하면 지역 관광단지 전체에 타격이 간다"며 "관광단지 등 특수 지역은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광명소에 들어선 복합쇼핑몰은 지역상권 침해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인근 송정 해변로·대변항 주변 지역상권은 모두 바닷가에서 흔한 수산물 먹거리 제공에 특화된 반면 롯데몰 식음료 매장은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고, 메뉴도 겹치지 않는다. 쇼핑객 박 모씨(38·여)는 "기장군 일대에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갈 만한 놀이시설이 마땅히 없다"며 "그나마 이곳(롯데몰)이 공간이 넓고, 옥상에 놀이기구가 있어 많이 의지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부산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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