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별도 보상책 마련을”
정부·국회도 “KT가 적극 나서라”
KT “피해 규모 협의해 보상 검토”
유영민 과기부 장관이 26일 KT 혜화지사에서 열린 이통3사 최고경영자와의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유 장관, 황창규 KT·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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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소비자 이용 약관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곳은 정부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오후 서울 연건동 KT 혜화지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해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KT가 통신망 복구와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장관은 전날 화재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으며,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도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국민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인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사업에 지장을 받은 이들에게 전액을 보상하는 기준을 마련하라”(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매출 15조원에 통신 요금 1개월 감면은 부족하다”(이상민 의원)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성목 KT 사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보상은 피해 규모 등을 협의해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화재 발생 48시간이 지난 26일에도 인터넷과 무선전화 모두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라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명동·홍대 등 인근 지역에서 영업에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약 17만 명으로 추산된다. KT 통신망을 쓰는 사고 지역 사업자들은 화재 당일부터 신용카드 단말기와 포스(POS·판매정보관리시스템)가 작동하지 않아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KT 유선전화망을 쓰는 업주들은 각종 예약·배달·문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으며, PC방처럼 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업주들은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소상공인들은 “KT가 밝힌 소상공인에 대한 별도 피해 보상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통신 장애가 지연되고 예상했던 지역보다 피해 지역이 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KT의 대응 방향을 본 뒤 연합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입장과 행동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발생했지만 인근 지역뿐 아니라 은평구·용산구·영등포구는 물론 경기도 고양시 지역 업주들도 일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T가 화재 발생 하루 만인 25일 사과 문자를 처음 보냈을 당시에는 여의도, 경기도 일산 이용자들과 업주들은 아예 누락돼 있었다.
참여연대는 KT가 발표한 ‘1개월치 요금 감면’ 대책이 면피성 대책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KT가 영업상 피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약관상의 책임만을 인정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가 영업보상을 KT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안내, 상담, 피해 접수까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T가 25일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종합상황보고’ 문건에 따르면 “기업 상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객과 협의를 해 피해를 파악하고 보상을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인 보상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 등이 필요하고 ‘SK텔레콤 수준의 보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2014년 SK텔레콤의 통신 장애를 겪은 대리기사·일반인들이 1인당 10만~20만원씩 손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SK텔레콤 손을 들어주며 손해보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소송 건 외에도 국내에서 통신사가 자영업자들의 영업 손실과 같은 2차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준 적은 한 건도 없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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