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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절친 잃은듯한 상실감… 주변에 슬픔 표현해야 [반려동물, 요람에서 무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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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 극복 어떻게 / 불면증과 무기력 거의 1년간 지속 / 우울감 2개월 이상 땐 전문의 상담

두 해 전 반려견 루비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직후 황모(64·여)씨는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불을 끄고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루비 생각에 눈물을 흘리다 간신히 잠들기 일쑤였다. 하루하루 무기력했고, 삶이 의미 없다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 때문에 나타나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이 남성에게는 가까운 친구를 잃은 것과 동일한 정도의 스트레스, 여성에게는 결혼한 자녀와 연락이 끊긴 것과 동일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준다. 이러한 펫로스 증후군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평균적으로는 10개월 정도 지속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일보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는 “오랜 기간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반려’라는 개념의 펫 문화가 도입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본인보다 일찍 죽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반려인들 대부분이 경험하지 못하다 보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문화적 여건상 성인이 반려동물의 죽음 후에 겪는 슬픔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현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신의 상실감이나 슬픔이 사회적으로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주변에 슬픔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는 다른 가족뿐 아니라 원래 가깝게 지냈던 친구, 이웃들과 떠난 반려동물에 대한 얘기들을 충분히 하고 슬픔을 나누면서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다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한 우울감이 2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증세가 심해지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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