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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자수첩]경제수장 교체, 타이밍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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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돌이켜보면 매 정부 때마다 경제수장 교체 타이밍을 두고 논란은 크건 작건 있었다. 이명박정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랬다. 2008년 7월 고환율 정책에 따른 물가 급등 사태를 야기한 데 따른 경질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강 장관은 6개월 후인 이듬해 들어서야 바뀌었다. 교체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 건 물론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야당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며 성장률 하락이 유력시되고, 고용은 수개월째 악화일로를 달리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에 비하면 의외의 상황이다.

혹자는 김 부총리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반사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한다. 장 전 실장이 최저임금 인상 등 여론이 좋지 않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서도 김 부총리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제 목소리를 낸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제 투톱'은 주요 정책마다 이견을 보이면서 외부에 갈등론만 확산시켰다. 청와대로서도 더 이상 '투톱' 간 갈등이 부각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도 문제는 타이밍이다. 정부 출범 이후부터 불거진 두 사람 간 갈등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해까진 예상을 뛰어넘는 3%대 성장에 가렸지만 1년 만인 올해 경기부진과 고용악화가 지속됐다. 교체가 가능했던 시간은 이전에도 얼마든지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는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 예산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와중에 기재부 장관을 교체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내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으로 편성됐다. 그 어느 때보다 부총리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재부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이중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예산을 편성한 건 김 부총리지만 내년 실제 예산집행의 책임자는 후임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다. 예산 통과에 온힘을 쏟아야 할 때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도 신경 써야 해 인력낭비라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가 예산 정국까지 마무리짓는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교체가 결정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협상력·추진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 부총리 책임하에 예산이 편성됐다면 적어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적으로 예산안이 결정 나기 전까지는 그에게 맡기는 것이 맞았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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