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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시론] 문 대통령, 미래세대 위한 국민연금 개혁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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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보험료 인상안 제동 걸어

재검토 지시로 연금개혁에 빨간불

소득 올리며 보험료 억제 어려워

기성세대가 연금재정 문제 풀어야

중앙일보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전 보건사회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국민연금 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년간 제도발전위원회의 검토, 지역별 토론회,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마련한 보건복지부 안을 박능후 장관이 보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 방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제4차 재정 계산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수지 적자 시점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진다.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9%이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수급개시 연도의 연금액 비율)은 40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현재 45%이지만 매년 0.5%포인트 하락해 2028년에 40%가 된다. 문 대통령은 노후 소득보장 강화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노후소득 보장강화 방안으로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15%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개의 복지부 안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9%에서 12~15%로 인상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10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17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가입자가 이익을 본다. 물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후세대로 넘어간다. 현재의 9% 보험료율은 부담하는 보험료와 은퇴 후의 연금액을 일치시키는 균형 보험료율 16%와 괴리가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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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두 번에 걸쳐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했다. 제1차 재정계산 결과를 반영해 2003년 10월 보험료율을 2010년부터 5년마다 1.38%포인트씩 인상해 2030년부터 15.9%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6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이어서 2006년 10월 보험료율을 2009년부터 매년 0.39%포인트씩 인상해 2018년부터 12.9%를 적용하고 급여를 삭감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2006년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했던 유시민 당시 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 인상에는 실패했지만,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 기준으로 60%에서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도록 해 재정 안정성 확보에 기여했다. 이는 보험료율 인상이 오래된 숙제임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소득보장을 강화하면서 보험료 부담 증가를 억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묘수는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 정부 보조금이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거나 현행의 재정방식을 변경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예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일반예산에서 국민연금을 위해 대규모로 지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 고갈 후 해당연도 지출을 해당연도 보험료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다. 기금이 고갈되는 2060년에 부과방식 운영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26.8%로, 2070년에는 29.7%로 예상된다. 현재(9%)보다 3배 이상 되기에 후세대가 감당하기에 벅차다.

또한 제4차 재정계산 전망치보다 미래 상황이 나쁠 가능성이 크다. 기금투자 수익률, 경제성장률 및 임금상승률 등 거시경제 변수가 전망치보다 악화하고, 2018년 합계 출산율이 0.97로 떨어져 제4차 재정계산에 적용한 인구 추계(2017~2029년 합계 출산율 1.20)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청년실업과 주택 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기성세대가 풀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 세력을 잃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지지 세력이던 노동조합과 과감히 선을 긋고 독일의 복지제도와 노동시장을 과감하게 개혁해 부강한 독일의 초석이 됐다.

재정 안정화를 위한 연금 개혁에 국민 다수가 지지한 역사적 사례는 찾기 어렵다. 연금 개혁에는 늘 반발이 따른다는 사실을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목격했다. 연금 개혁은 집권 초기에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경청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보건사회연구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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