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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日 혐한 뛰어넘은 BTS 도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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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난 13일 도쿄 공연에서 5만명의 일본팬들이 보여준 모습은 문화와 예술이 갖는 순수함을 읽게 한다. BTS가 내년 2월까지 일본 4개 도시에서 총 9회로 예정한 공연의 일환인데 5만석 티켓은 한 달 전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다. 공연에서는 일본팬들이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떼창'까지 연출됐으니 전 세계에서 누리는 인기를 일본에서도 그대로 확인한 셈이다.

BTS의 도쿄 공연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고조된 한일 관계 갈등의 불똥이 이들에게 튀었기 때문이다. TV아사히가 지난 9일로 잡혀 있던 BTS의 생방송 출연을 하루 전 전격 취소하더니 후지TV도 다음달 예정했던 가요제 출연을 철회했고, NHK 역시 연말 음악 프로에 출연시키려다 보류했다. 방송사들은 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 3월 원폭 폭발 후 버섯구름 모양이 섞인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던 걸 뒤늦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대법원에서 내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문화 보복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조차 나왔다.

이번 공연에서 5만명의 팬들은 공연장 밖에서 BTS 규탄을 외치던 2명의 우익세력을 덮어버렸다. BTS라는 문화의 힘이 혐한을 내세운 일본 내 일부 극단주의자들을 물리친 셈이다. 강제징용 판결 후 일본 정부나 정치권, 방송사에서 보인 치졸한 행태는 중국이 사드 보복 때 보였던 모습과 겹쳐 씁쓸함을 던진다.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자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선진국으로서 권위를 스스로 내던지지 말아야 한다. 혐한을 뛰어넘은 일본 내 BTS 팬들에게서 그 희망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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