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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일본 전범기업 징용배상 길 열렸지만… 배상길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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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법원,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일본기업 국내자산 포스코 지분 3.3% 보유

피해자측 “강제집행 가능… 추후절차 논의”

신일철주금 “유감, 일본 정부 상황따라 대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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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30일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실제 배상이 실현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이날 이춘식(94)씨 등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징용 피해자 4명의 손해배상액을 1억원씩으로 산정한 서울고법 판결을 확정했다. 2013년 7월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윤성근)는 “불법성 정도와 기간 및 고의성,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그럼에도 불법행위 이후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책임을 부정한 일본 기업의 태도”를 고려해 위자료 액수가 적어도 1억원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장기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화한 국민소득 수준, 통화가치”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이 대법원 판단을 이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 책임이 있는 기업이 손해배상금을 내지 않으면, 해당 기업이 한국에서 가진 주식, 부동산 등을 압류하는 강제조처가 이뤄질 수 있다. 신일철주금은 국내 자산으로 포스코 지분 약 3.3%를 갖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포스코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이 지분도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에 신일철주금의 다른 자산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징용 피해자를 대리한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판결을 근거로 국내 부동산·채권 등 다양한 재산권에 대해 강제집행 절차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바로 강제집행 절차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판결 결과를 갖고 일본과 협의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일철주금은 대법원 판단이 나온 뒤 입장자료를 내어 “매우 유감”이라며 “판결 내용을 정밀히 조사해 일본 정부 상황 등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신일철주금이 국내 자산을 모두 철수해 강제조치가 어렵다면 한국 법원의 판결을 일본으로 들고 가 일본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한국의 민사소송법(217조)에 따르면,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을 한국에서 승인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이 설명돼있다. 한국 법원의 판결 또한 일본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그 효력을 인정받아야 신일철주금의 일본 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미 2003년 10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낸 소송에서 ‘일본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내도 이길 가능성은 적다.

일본 기업의 배상을 기다리는 강제징용 피해자는 더 있다. 2012년 대법원 판결 뒤 제기된 강제징용 피해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살펴보면 1인당 손해배상 액수는 1억원 안팎으로, 서울고법이 산정한 손해배상 액수와 크게 차이가 없다. 미성년 나이에 근로정신대에 끌려갔거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강제동원을 이유로 가정이 파탄 나는 등 2차 피해를 입은 경우, 강제노역 중 사망해 유족이 소송을 대신한 경우 등 피해자 개별 사정에 따라 손해배상액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을 대리한 이상갑 변호사는 “피해자 인생이 강제동원으로 송두리째 망가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지만,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금액 자체에 대해선 크게 다투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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