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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중간선거 앞두고 피로 물든 美…총기난사·폭발물 배달 등 증오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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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중간선거, 트럼프 시험대…증오·폭력 관련 사건 잇따라

'분열의 정치'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 책임 없나…"반유대주의 갈수록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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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다음달 6일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증오와 폭력으로 인해 피로 물들었다. 반(反) 유대주의를 외치던 한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11명이 사망했고, 전직 대통령과 민주당 관련자들에게는 폭발물이 배달됐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의사 결정 장치인 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폭력 사건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중간선거는 의회 상원과 하원, 주지사 선거가 동시에 열린다. 이는 지난 2016년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색이 짙다. '분열의 정치'를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총기 난사와 폭발물 배달 등 증오와 폭력이 잇따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총기난사·폭탄 배달 등 '피로 물든' 중간선거 =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27일(현지시간) 오전 40대 백인 남성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경찰 4명을 포함해 6명이 부상했다.

총격범은 피츠버그 주민인 백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46)로 확인됐다. 그는 시너고그 밖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총상을 입고 체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은 유대교 안식일인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45분께 시작되는 예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에 따르면 총격이 벌어질 때 내부에는 수십 명이 있었으며 총기가 난사될 당시 범인은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유대인 범죄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바우어스는 온라인에서 반(反)유대주의 내용을 수차례 게재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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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전날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 등 반 트럼프 진영을 타깃으로 폭발물 소포를 보낸 용의자 한명이 체포됐다.

26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연방 수사요원들이 폭발물 소포 사건과 관계있어 보이는 용의자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플로리다 주 애번투라에 거주하는 시저 세이약(Cesar Sayoc·56)이라는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용의자가 등록된 공화당원이며, 1991년 이후 절도, 마약, 사기는 물론 폭발물 사용 위협 등의 범죄 이력이 있다고 전했다.

미 수사당국은 폭발물 소포 가운데 일부는 플로리다주에서 발송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날까지 발견된 폭발물 소포는 총 12건으로, 전 대통령들과 소로스 회장 외에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데비 워서먼 슐츠 하원의원, 배우 로버트 드니로 등에게도 배달됐다.

◆ 도대체 美서 무슨 일이? "민주주의 미래 위협" = 최근 일련의 사태를 두고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들이 잇따라 나온다. 소로스 회장의 아들인 알렉산더 소로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간) NYT 기고를 통해 폭발물 소포와 관련해 "우리 가족과 친구, 동료의 안전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을 기점으로 극단주의가 악화됐으며 누군가를 적대적으로 보고 증오하고 죽음의 위협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들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 정상이 됐다"면서 "새로운 정치적 담론을 찾아야한다. 첫 단계로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을 거부하기 위해 투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군사전문가인 맥스 부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27일(현지시간) '우리나라(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해당 사건과 폭발물 소포에 대해 "이건 미국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연설과 언론, 집회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이며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 국가"라고 묘사했다.

그는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는 상처를 보다듬고 당파를 뛰어넘어 국가를 통합하는 대통령을 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는 반대"라면서 "그는 의도적으로 편을 가르고 그와 공화당 지지자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광범위한 정치적 폭력의 위험을 무릅쓴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폭력 정치' 비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트럼프 = 이같은 극단주의적인 표출이 드러나는 정치·사회적 흐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주의와 보호주의정책 등을 잇따라 펼치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책을 중심에 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증오와 폭력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하면서 백인우월주의자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게 돼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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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는 중미 국가 출신의 이민자 행렬이 미국 국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잇따라 강조하며 이를 핵심쟁점화 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민자 행렬 내에 중동인이 포함돼 있다거나 소로스 회장이 이들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등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하면서 이민자 이슈를 확대하려 했던 것이다.

WP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 제니퍼 루빈 칼럼니스트는 미국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이번 총기 사건에서 책임있는 사람은 범인 뿐이겠지만 디지털 미디어와 공공 기관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반유대주의를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면서 "특히 미국 대통령의 말을 포함한 당신이 사용하는 말이 이 문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다시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피츠버그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사악한 반유대주의 공격", "인류에 대한 공격", "끔찍하고 끔찍한 일", "대량살인", "도저히 믿기 어렵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로 격렬하게 비난했다. 또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공공기관에서 오는 31일까지 성조기 조기게양을 지시하고, 국민에게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폭발물 소포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엄벌 방침을 밝히면서 '국가적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책임 있는 자들을 찾아내 신속하고 정확한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일에 있어 어떠한 재원이나 경비도 아끼지 말라고 당국에 지시했다"며 "대통령으로서 내 권한 내에서 그러한 것(정치적 폭력)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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