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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TF현장]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 '숫자'보다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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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경제성장률 2.8%~3%', '일자리 1만 8000개', '유류세 15% 인하' 등의 숫자가 등장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사자성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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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정부 비판으로 '사자성어' 심상정은 '속담' 사용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보통 통계를 많이 사용해 피감기관에 질의한다."

한 국회의원은 <더팩트>에 '숫자'는 기선제압용이라고 설명했다. 수치를 들으면 보통 피감기관 증인들이 당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표, 경제 성장률, 예산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는 '숫자'를 사용할 일이 유독 많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종합감사에서도 '경제성장률 2.8%~3%', '일자리 1만 8000개', '유류세 15% 인하' 등의 숫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사자성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사자성어를 사용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24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계획을 두고 "고용의 질 좋아졌다고 강조하다니, 이번에는 질 나쁜 단기 알바(아르바이트)를 급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사자성어로 '격화소양(隔靴搔癢, 가죽신발 신고 가려운 발을 긁는 격)'이다"라며 "또, 언 발에 오줌 누는 격(동족방뇨, 凍足放尿)"이라고 했다. 즉, 정책에 비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단기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하기 위해 이를 인용한 것이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연목구어(緣木求魚)'를 화면에 띄우고 "지금 경제정책이 혁신성장으로 가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을 하다 보니 성장도 빗나가고 일자리도 형편없다"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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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연목구어(緣木求魚)'를 화면에 띄우고 "지금 경제정책이 혁신성장으로 가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을 하다 보니 성장도 빗나가고 일자리도 형편없다"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국회=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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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목구어(緣木求魚)'란 나무에 올라 고기를 얻으려고 한다는 뜻으로,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는 말을 일컫는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기 위해 이를 인용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도 "문 정부가 일자리 부분에 관해서 '마이동풍(馬耳東風,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버림 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감 내내 단기 일자리에 대해 강조했지만, 24일 또다시 1만 9000개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거라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안 하는 게 맞다.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것은 탄력 근로제 기간 확대이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자성어보다 속담 비유를 많이 사용했다. 그는 "경제 패러다임 우회는 있어도 궤도이탈은 안 된다"며 "보수층에서는 경제난이 전부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데 이분들은 임금인상 전에도 그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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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자성어보다 속담 비유를 많이 사용했다. 그는 "경제 패러다임 우회는 있어도 궤도이탈은 안된다"며 "보수층에서는 경제난이 전부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데 이분들은 임금인상 전에도 그랬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감장에서 심상정 의원의 모습./ 이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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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은 "옛날부터도 그랬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줬다가 뺐더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것처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마침 닥친 어떤 기회를 이용해 하고 싶은 일을 행한다는 뜻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 등을 반대하는 한국당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심 의원은 하극상 또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인 "꼬리가 몸통을 흔들리면 안 된다"(Wag the Dog, 웩더독)는 외국 속담도 사용했다.

그는 "지금 건설투자 부진을 이유로 손쉬운 경기 부동산 부양 경기로 가서는 안 된다"라며 "그동안 정부가 해온 부동산 가격 안정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강력하게 억제한다기보다 적정한 수준 관리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누누이 얘기했지만, 부동산 경기 부양은 생산적 투자를 저해해서 한국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라며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된다" 재차 강조했다.

사자성어 사용에 한 국회의원실 공보 담당 비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기사 제목으로 압축적이고,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사용하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사자성어보다 신조어 같은 말들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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