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트럼프 ‘분노 정치’, 폭탄 소포로”…11월 중간선거 변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를 2주도 채 남기지 않고 민주당 전·현직 인사들을 겨냥한 폭탄물이 연달아 배송되면서 선거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폭발물 소포가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존 브레넌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억만장자 금융인 조지 소로스,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에 배달됐다고 24일(현지 시각) 밝혔다. 폭탄 장치는 누런색 종이 봉투에 들어있었고, 모양은 모두 비슷했지만 정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2018년 10월 24일 오전 CNN 뉴욕지국에 배달된 폭발물이 든 우편물. / CN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폭탄 소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었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눈엣가시’로 여겨온 ‘반(反) 트럼프’ 인사들을 집중 겨냥했다. 사건이 누구의 소행인지, 동기는 무엇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칠게 비난해온 이들을 저격한 테러 시도인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이 미 중간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 13일 남은 11월 美 중간선거, ‘민주당 우위’ 전망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남은 2년을 결정지을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벌어져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워싱턴 정가는 의회 과반 의석수를 지키려는 여당 공화당과 이를 빼앗으려는 야당 민주당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11월 6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에선 하원의원 전원(435석)과 상원의원 100명 중 33명,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뽑는다. 현재 미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상원 의석수는 공화당 51석·민주당 47석으로 공화당이 다소 우세하며, 하원 의석수도 공화당 239석, 민주당 193석이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23석, 상원에서 4석을 더 추가하면 다수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경우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외교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쿡 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이 차지한 의석 중 38석이 민주당과 혼전이고 27석은 경합우세 양상인 반면 민주당이 차지한 의석 중에는 단 3곳만 혼전이며, 2곳은 민주당 경합우세 지역이다. 그만큼 공화당이 지금의 의석을 뺏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 주요 언론의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21일 NBC방송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중간선거에서 실제 투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900명의 유권자 중 50%가 민주당의 다수당 장악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을 지지한 비율은 41%로 집계됐다. 미 선거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평균 35석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트럼프 ‘분노 정치’, 폭탄 소포로 이어져"…선거 판세 주시

워싱턴 정가는 한 목소리로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아직 사건의 배후와 목적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미 정치권이 극단으로 분열된 상황에 대해 트럼프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미 국민들은 논리와 질서가 아닌 힘과 근육으로 몰아붙이는 ‘트럼프주의’에 노출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의 참모들도 거칠고 충동적인 언행으로 연일 구설수에 올랐다. 출시 직후 미국 베스트셀러에 오른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 미국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등은 모두 충동적이고 거친 트럼프 백악관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선거 유세에서도 반대 진영을 향해 외설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

미국은 ‘트럼프주의’에 순응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맞서며 양 진영으로 갈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진영을 집중 겨냥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번 사건이 11월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발언들이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 정치권에 만연했던 ‘분노’의 기류가 폭탄 소포 사건으로 전면에 드러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은 정치적 주도권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다툼에 새로운 긴장감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CNN은 "민주당 인사들에게 폭탄 소포가 배달된 사건은 미국의 다양한 정치적 이념·동기로 인해 폭력이 자행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사건의 역풍을 막기 위해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폭탄 소포 배달 사건의 수사에 총력을 다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단결하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선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