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 사라지지만 학내 소수자 위한 활동 해나갈 것”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싸움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소한 성대생의 식탁에 평등, 인권에 대한 얘기가 오가게 된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의 노서영(22)씨는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성어디가는 지난 9월 ‘우리에게는 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란 슬로건을 걸고 성대 총여학생회를 재건하기 위해 나선 이 학교 재학생들의 모임이다. 노씨는 “(학생들의 투표로) 총여가 사라지게 되어 아쉽다”면서도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에 다양한 소수자를 위해 노력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입후보자 부재 등으로 꾸려지지 않았던 성대 총여학생회가 15일 학생 총투표 결과에 따라 폐지수순을 밟게 됐다. 성균관대 서울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총투표 투표관리위원회는 지난 15일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총유권자 9242명 중 52.39%에 해당하는 4842명이 투표했고, 유효표 4747표 중 83.04%(4031표)가 총여학생회 폐지에 찬성했다고 한다. 반대는 14.75%(716표), 무효 2.2%(107표)가 나왔다.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는 지난달 17일 성대 인문사회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여학생회 선거에 관한 문제가 논의되면서 불거졌다.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있으면 총여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성성어디가의 주장에 일부 단과대 대표가 ‘총여학생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폐지 총투표 발의안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재적인원 3분의1이 동의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총여 폐지 투표가 이뤄지게 됐다. 당시 성성어디가는 “총투표시행세칙을 공고하지 않고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을 그대로 갖다 쓰는 행위는 근거가 없다”며 폐지 총투표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투표율이 개표기준인 50%에 미달하도록) 투표 보이콧을 진행하자’며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성균관대 대나무숲’ 페이지에서는 총여 폐지 투표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인신공격하는 백래시(반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 투표로 총여학생회가 없어지게 됐지만 성성어디가는 성과가 없진 않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성성어디가의 최새얀(23)씨는 “열 명 남짓 재학생들로 시작했지만, 총여 선출 운동을 벌이며 우리에게 공감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느꼈다”며 “꼭 총여가 아니어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학내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성어디가는 16일 페이스북에 “총여 폐지 안건이 가결되었지만 그것이 곧 우리의 패배와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6일 저녁 성대 캠퍼스 안에서 우리가 싸워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제 시작임을 알리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약 한 달 반 동안 총여 재건을 위해 매일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다음 주 중간고사가 끝난 뒤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할 수 있을지 다 함께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