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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라흐마니노프 연주 비결은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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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금지된 도시의 문이 열렸다. 지난 10일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27)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웅장한 라흐마니노프 선율이 넓디넓은 중국 베이징 쯔진청(자금성) 태묘에 울려 퍼졌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 12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이곳에서 20년 만에 클래식 공연이 열렸다. 이 역사적인 무대에 위룽이 지휘하는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자 트리포노프가 올랐다.

트리포노프는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베이징에 왔을 땐 여행자처럼 쯔진청을 지나치곤 했다"며 "동양의 대표적인 공간에서 서양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라고 소감을 전해왔다.

트리포노프는 2010년 쇼팽 콩쿠르 3위에 이어 스무 살이란 나이에 2011년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와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클래식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손열음과 조성진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트리포노프는 조성진과 함께 각각 11월 15일과 16일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예밀 길렐스, 보리스 베레좁스키로 이어지는 러시아 피아니즘의 차세대 주자로 여겨지는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자신도 "코끼리를 위해 작곡했다"고 말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테크닉과 초인적인 지구력, 깊이 있는 예술적 감수성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트리포노프 역시 "연주자에게 부담스러운 작품"이라고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형이상학적이고 영적인 작품입니다. 감정적인 요소들을 내적으로 깊은 곳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연주자는 이를 충분히 고민해 표현해야 합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데 수영이 도움이 된다는 의외의 비법을 들려줬다. "작품마다 특별한 신체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한데 라흐마니노프 곡에는 수영이 확실히 도움을 줍니다. 수영은 무대 위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오래 버텨낼 수 있는 근력을 키워주고 몸의 긴장을 풀어주죠. 특히 어깨의 유연성을 만드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물속에서 물의 저항을 이겨내는 동작이 어떤 형태로든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작곡 역시 그에게 새로운 영감과 목표를 일깨워주는 자극제다. "작곡에 몰두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가끔 합니다. 지난 7월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저의 피아노 5중주곡을 초연하기도 했죠. 교향곡도 쓰고 있지만 완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 힘을 잃지 않는 강건한 체력과 작품마다 뜻밖의 해석을 찾아내는 탐구적인 자세가 트리포노프의 가장 큰 장점. 굳건함은 긴장을 모르는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듯하다. "공연날은 연습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보다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잠을 좀 청하죠."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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