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투표시스템 입찰 등 비리 방지 책임져야" 6월 북미회담 지방선거에 미친 영향 두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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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6월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미친 영향을 두고 소모적인 설전이 벌어졌다. 반면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비리 의혹, 위원장 선출 적정성 등과 관련, 중앙선관위는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16일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감 질의에서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은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날 정부가 벌인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바꿀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선관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거나 행사 추진을 연기하는 등의 입장을 전달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노력이 실제 이뤄졌느냐”고 물었다.
이에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는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목표로 하는 헌법기관이며, 대통령 역시 외교문제에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이라고 생각한다. 헌법기관 상호간의 자기절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외교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선관위 입장이며, 이번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있어 문제제기를 한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북미회담이 블랙홀로 선거 이슈를 다 빨아들였는데 선관위의 인식이 아직도 안일하다"면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도 이것보다 더 큰 행사를 기획한대도 선관위는 의견이 없다고 할 거냐"고 다그치자 권 위원장은 "선거개입을 위한 정치쇼에는 적극 개입하겠다"면서 "조금 전 말한 취지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이 기획됐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의원님 우려대로 아무리 중요한 외교적 행사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자제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 위원장의 답변을 두고 여야 의원 간의 날선 대립이 이어졌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미정상회담 주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명확히 하시라"면서 "질문도 답변도 참 이상하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선관위원장이 '외교적 이벤트를 못하게 하겠다'고 하는 건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선관위가 답변에 신중하게 임해달라"고 질타했다.
이날 선관위 국감은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비리 의혹과 선관위원장 선출 방식 등이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A-WEB은 2013년 중앙선관위 주도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개발도상국 등 후발 민주주의 국가에 한국의 선거관리기술 및 전자투표 장비 도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A-WEB 운영비로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총 21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A-WEB 관련 의혹은 개발도상국에 도입될 국내 업체의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이 부정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불거졌다. 이 시스템은 미르시스템즈가 독점 공급했는데, 이 업체가 선정되는 과정에는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김 A-WEB 사무총장을 공정한 입찰방해·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이 선거부패를 수출한다는 국제적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면서 "엄연한 국가 이미지 실추이자 선관위가 A-WEB의 운영 비리를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해외 언론들이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에 선거를 지원하는 게 아니고 부정부패를 가르치고 있다’고 조롱하고 있다”면서 “선관위가 앞장서 한국을 국제적인 망신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로, 김 A-WEB총장 문제를 비롯해 모든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 선관위원장 인사 절차가 좀 더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익표 의원은 "역대 선관위원장들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의 주역"이라면서 "아직도 대법원장이 선관위원으로 지명한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에 선출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대법관이 지명할 것이 아니라 대법관 9명이 모여서 선관위원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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