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절반 퇴치 실험으로 입증
내려앉은 벌레는 ‘찰싹’ 쳐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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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말 같은 가축은 물론 코끼리나 얼룩말 등 야생동물은 쉬지 않고 꼬리를 좌우로 흔든다. 피를 빠는 귀찮은 해충이 덤벼들지 못하도록 하는 행동 같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자들은 말과 동물원의 기린, 얼룩말, 코끼리의 꼬리 움직임을 촬영하고 ‘꼬리 로봇’을 만들어 실험하는 한편 모델을 만들어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통해 이런 궁금증의 일단을 풀었다.
무는 곤충을 쫓는 일은 동물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말 등에 한 시간 동안 1000마리의 말파리와 흑파리가 내려앉은 기록이 있고, 소 한 마리는 하루에 무려 200㎖의 피를 말파리에 잃기도 했다. 포유류는 이런 곤충을 쫓기 위해 꼬리를 흔들고 휘두르며, 머리를 흔들고 발을 구르기도 하며 근육을 움찔거린다. 코끼리는 나뭇가지를 집어 몸에 앉은 벌레를 후려치기도 한다. 소나 말이 한 곳에 몰려 있는 이유의 하나도 해충을 분산시켜 물리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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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먼저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행동을 분석했더니 중력에 의한 진자운동에 비해 속도는 3배 빠르고 여기에 드는 에너지는 2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을 가지고 흔든다는 얘기다.
로봇 꼬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좌우로 흔드는 꼬리가 초속 1m의 산들바람을 일으키는데, 이는 모기가 날아가는 속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미풍이 불면 모기의 절반이 내려앉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실은 말꼬리의 과학적 원리가 밝혀지기 훨씬 전부터 인류는 벌레를 쫓는 데 말꼬리를 활용해 왔다. 말총 파리채는 수천 년 동안 사용돼 권위의 상징으로 쓰였고, 불교계에서는 살생하지 않고 벌레를 물리치는 유용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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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꼬리가 일으키는 미풍 커튼을 뚫고 내려앉은 벌레는 어떻게 할까. 바람 장벽은 모기보다 빠른 곤충을 막는 데는 효과가 떨어진다. 이를 위해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던 꼬리를 갑자기 강하게 후려치는 동작이 준비돼 있다. 코끼리가 11㎏이나 되는 꼬리로 벌레를 때릴 때 필요한 토크는 승용차 수준, 또는 어른 남자가 점프할 때 필요한 토크의 약 2배여서 코끼리의 근육으로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연구자인 마던 조지아공대 연구원은 “꼬리를 흔들어 꼬리 끝에서 일으키는 작은 공기 흐름이 모기를 물리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은 동물들이 왜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꼬리를 흔드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며 “(미적인 이유 등으로) 말의 꼬리를 자르는 행위는 해충을 쫓는 능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혈액 손실과 감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실험 생물학’ 16일 치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Matherne, M. E., Cockerill, K., Zhou, Y., Bellamkonda, M. and Hu, D. L. (2018). Mammals repel mosquitoes with their tails. J. Exp. Biol. 221, jeb178905. DOI: 10.1242/jeb.17890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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