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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김포맘카페 사건, 도 넘은 마녀사냥…240버스 사건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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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김포맘카페


아동 학대 의심을 받던 30대 어린이집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에는 경기 김포 지역 맘카페에서 시작된 ‘마녀사냥’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38)는 13일 오전 2시 50분경 김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달라. 미안하다’라고 적힌 유서 등을 토대로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가 이 같은 유서를 남긴 건 최근 아동 학대 의심을 받아 온라인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뒤 벌어진 ‘마녀사냥’ 때문으로 보인다. A 씨가 일했던 어린이집 원생의 이모라고 주장한 B 씨는 김포 지역 맘카페에 “10여 명의 사람들에게 들었다”면서 조카가 A 씨에게 안기려고 했지만 A 씨가 돗자리 흙 털기에만 신경을 쓰는 등 조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해당 맘카페엔 A 씨를 비판하는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어린이집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A 씨 주변의 주장에 따르면 A 씨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A 씨의 동료라고 밝힌 C 씨는 맘카페에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다. 견학 날 교사에게 안기려 한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고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교사의 반과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됐다. 순식간이었다. 원장, 부원장, 교사가 모두 이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모는 오히려 더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학부모라고 주장한 D 씨는 맘카페에 “제 아이의 담임이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더 이상 선생님처럼 억울한 죽음이 없길 바란다. 제발 도와 달라. 저희 아이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이라고 썼다.

확인되지 않은 글로 ‘마녀사냥’을 당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240번 시내버스 기사 E 씨는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 F 씨의 요청을 무시하고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몰았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한 서울시는 13일 ‘당시 E 씨가 아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알 수 없었고 F 씨 안전을 고려해 바로 정차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E 씨는 당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더라.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건지…”라고 말끝을 흐리며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너무 많아 떠올리기도 싫다. 그때부터 밥 한 끼 먹을 수도, 잠 한숨 잘 수도 없었다. ‘운전사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댓글을 보면 화가 치밀면서도 앞으로 몰아칠 고통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E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병원의 소견도 받았다.

자극적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 그 글을 사실로 단정 짓고 달려드는 행태는 현대의 심각한 병리현상이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 글을 찾아 수사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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