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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 ‘투자의 바이블’을 만난다[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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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과 함께 ‘가치 투자’ 전도사… 20년 간의 강연집 국내 첫 출간

신중한 투자자의 시장 분석 방식… 삶에 대한 철학 등 엿볼 수 있어

◇가난한 찰리의 연감/찰리 멍거 지음·피터 코프먼 엮음·김태훈 옮김/420쪽·3만3000원·김영사

동아일보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넘는 회사로 성장시킨 찰리 멍거. 그의 강연 11개와 질의응답 등을 엮은 책에는 가치 투자를 실행하는 그의 인생 철학과 투자 원칙이 담겨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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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어떤 거래든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문제가 될 만한 약점을 60초 만에 모두 포착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신의 동업자 찰리 멍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멍거는 버핏이 평생에 걸쳐 가장 신뢰한 사업 파트너다. 멍거는 35세이던 1959년 지역 사교모임에서 버핏을 처음 만나 깊이 교감했고, 52세가 된 1976년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에 합류했다. 1978년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에 취임한 뒤 버핏과 함께 ‘가치 투자’ 전도사가 된 그는 지난해 11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신간은 1986∼2007년 멍거가 한 강연 11개와 청중과의 질의응답 등을 묶은 것으로, 그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책이다. 2005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뒤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오며 ‘투자의 바이블’로 읽혔다. 그동안 오역을 우려한 저자의 요청으로 중국어판을 제외하고 다른 번역본 출간이 막혀 있었지만, 올해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멍거가 별세 직전까지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마지막 개정판이다.

멍거의 탁월한 투자 실적은 돈벼락을 맞는 마법의 공식에 의한 게 아니었다. 기업 재무정보를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기업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뒤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 멍거는 이런 투자 검토에 사용하는 도구를 ‘복수 사고 모형’이라고 불렀다. 멍거는 자신이 코카콜라를 2조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상황을 가정한 뒤 사업 전략을 설명한다. 매력적인 상표명을 정하는 문제, 특허, 경영자의 역량, 가격 통제권 등 모든 것을 고려하는 데서 치밀한 분석이 돋보인다.

멍거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한 사람이었다. 1996년 강연에서 한 청중이 “하이테크 종목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자질이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게 주식 시장은 이길 확률이 굉장히 낮지만 이기면 엄청난 배당을 받는 게임이었다. “여러분은 평생에 걸쳐 이길 수 있는 판을 수천 개씩 찾아낼 만큼 똑똑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몇 번의 드문 판이 열렸을 때 정말 크게 가야 합니다.” 그의 이런 투자 철학은 신중하게 매매하는 가치 투자로 이어졌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위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1986년 막내아들 필립 멍거의 고교 졸업식 강연에서 ‘불행을 보장하는 확실한 처방’ 몇 가지를 제시했다. “맡은 일은 수행하지 말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돼라”, “역경이 닥쳤을 때 엎드린 채 그대로 있어라” 등이 그것. 횡령이나 약물중독으로 인한 비참한 최후를 들려주면서 청년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것을 강조한 것이다.

99세까지 현역으로 가치 투자를 몸소 실천한 투자 귀재의 인생관과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주식에 비트코인까지 ‘투자 광풍’이 몰아친 요즘 자신의 투자관을 점검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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