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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美 '경고'에 움츠러든 통일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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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美 재무부, 7개 은행과 컨퍼런스콜…은행권 "'북한' 사업 점검, 언급도 자제하라"]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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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국내 7개 은행에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하면서 은행권의 '통일금융' 움직임이 움츠러들 전망이다. 은행권은 남북 관계 훈풍에 힘입어 통일금융을 관련 연구 인력·조직을 확충하고 대북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자칫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당분간 '속도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1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0~21일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본사와 '전화회의(컨퍼런스콜)'를 진행했다. KDB산업·IBK기업·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 등 7곳이 대상이었다.

미 재무부는 우리 FIU(금융정보분석원)에 계획을 사전에 알린 뒤 7개 은행과 개별 접촉해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미 재무부에서는 테러·금융정보 담당 관계자가, 국내 은행은 준법감시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대상이 된 A은행 임원은 "북한 관련 산업의 내용과 진도, 대북제재 위배 여부 등을 주로 질문했다"고 전했다.

각 은행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유효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측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후속조치에 나섰다. B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서는 물론 전략·연구·상품개발·마케팅 부서까지 비상이 걸렸다"며 "'문제 소지를 점검·보고하라', '앞서나가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 보도에서 '북한' 언급을 최소화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C은행 실무자는 "미 재무부가 질의한 내용 다수가 국내 언론 보도에 근거한 내용이었다"며 "그간 은행들이 대북사업에 적극적인 것처럼 표현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 부서에서 북한 관련 사업계획, 상품, 서비스 등의 언급이 언론보도에 나오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의 금강산지점 재개 가능성, 우리은행의 개성공단 지점 재개 여부, 기업은행의 개성공단 지점 신설 추진, 국민은행의 이산가족 대상 신탁상품 등이 언론을 통해 미 정부의 관심 대상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농협은행이 미국에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악몽'도 은행권이 걱정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말 미국 뉴욕 금융서비스국(DFS)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00만달러(약 119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는 농협은행 뉴욕지점 연간 수익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D은행 고위 관계자는 "작년에 FIU로부터 '뉴욕 DFS(뉴욕 금융청)의 현지 지점에 대한 제재가 심각할 것 같다. 미리 신경을 쓰라'는 조언을 듣고 일찌감치 내부통제에 신경을 쓰면서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며 "미 정부의 눈밖에 나면 자칫 은행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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