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불과" vs "주택난 해결 위해 조성 불가피"
빅토리아 언덕에서 내려다본 홍콩의 아파트촌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7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되는 인공섬 계획을 놓고 홍콩 내에서 찬반 갈등이 고조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도심에서는 인공섬 조성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경찰 추산 5천800여 명의 시민들이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며 인공섬 조성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인공섬 조성 계획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지난 10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제시했다.
캐리람 장관은 당시 연설에서 란타우 섬 동쪽에 간척을 통해 1천700㏊에 달하는 인공섬을 조성한 후 이를 주택·상업 지구로 개발해 1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파트 평(3.3㎡)당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토지를 공급해 주택 공급을 전면적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홍콩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인공섬 조성 비용이 5천억 홍콩달러(약 7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인공섬 조성 계획을 '공공연한 도적질'이라고 비난하면서 "인공섬 조성은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공공의 혈세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사업에 쏟아붓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정부 유보금이 1조 홍콩달러(약 145조원)에 달해 자금 조달에 큰 무리가 없으며, 조성된 토지를 분양하고 인공섬 내에 세워질 철도역사 등을 개발하면 상당한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캐리람 장관은 전날 TV 연설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심각한 주택난 해결을 위해) 우리는 다양한 대책을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는 인공섬 조성에 20∼30년이 걸리는 만큼 그 기간에 농지와 유휴지 수용 등을 통해 대규모 주택용지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SCMP는 "홍콩 정부는 심각한 주택난 해결을 위해 토지 공급을 확대하길 원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려고 할 것"이라며 인공섬 조성 계획에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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