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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CEO LOUNGE] KCC-모멘티브 거래로 존재감 과시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 | 막강 네트워크·기발한 해법으로 IB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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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60년생 서울/ 고려대 경제학/ 조지워싱턴대 MBA/ 뉴욕 키더피버디사/ 뉴욕 살로먼브러더스증권 부사장/ JP모간증권 서울지점장/ JP모간 한국 대표/ 한국CVC캐피탈파트너스 회장/ SJL파트너스 회장(현)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58)은 토종 IB(투자은행) 뱅커 1세대로 자타공인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는 지난 1995년 직원 2명에 불과했던 JP모간 서울지점을 증권, 은행, 투자자문 등 3개 법인으로 키운 뒤 2015년 영국계 사모펀드 CVC를 거쳐 올 초 SJL파트너스를 차려 홀로서기에 나섰다. 홀로서기에 나선 지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KCC컨소시엄과 미국 모멘티브 인수, 셀트리온홀딩스 투자 등 굵직굵직한 거래의 중심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새삼 임 회장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임 회장은 IB 업계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79학번으로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미국 P&G 오하이오 본사에서 재무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월스트리트로 옮겨 살로먼브러더스증권 뉴욕 본사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다. 당시 임 회장은 MBA를 갓 수료한 뒤 수백 장의 자료를 들고 P&G 면접을 봐 순수 아시아인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본사 재무 애널리스트 자리를 꿰찬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때부터 IB 뱅커 특유의 승부 근성과 기질을 드러냈던 셈이다.

임 회장 명성이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은 것은 JP모간 한국법인을 반석에 올려놓으면서다. 임 회장이 JP모간을 이끄는 동안 JP모간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자산운용사 등 일부 법인이 흡수 통합됐지만 한때 4개 법인에 직원만 250여명에 육박했을 정도다.

JP모간 성장에는 임 회장이 주도했던 다수의 M&A(인수합병) 거래가 자리한다. 임 회장이 국내 M&A 시장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했던 때는 2003년부터다. 2003년 이후 국내 주요 M&A 거래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LG카드 매각(2007년)에서 매각 주간사를 맡았고 대우건설 매각(2006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자문사로 맹활약했다. 이외 제일은행, 한미은행, 조흥은행, 에쓰오일 매각 등도 그가 주도했던 거래다.

임 회장의 최대 강점으로는 압도적인 네트워크와 탁월한 해결책 창출이 꼽힌다.

IB 거래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임 회장을 능가할 IB 뱅커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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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조지워싱턴대 동문 사이

KCC 정몽진 회장과 찰떡호흡 과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든든한 우군

공교롭게도 그는 경복고와 고려대를 나왔다. 두 학교 모두 대한민국에서 인맥으로는 선두를 다투는 곳이다. 재계를 주도하는 오너가 동문이 즐비하다. IB 업계에서는 임 회장의 핵심 고객사로 금호아시아나, 한화, OCI, KCC, 삼성 등을 꼽는데 임 회장의 든든한 학맥(學脈)이 버팀목이 됐음은 물론이다. OCI 오너 일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경복고 동문이다. 정몽진 KCC 회장과는 고려대,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다.

특히 임 회장과 정몽진 회장은 서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든든한 우군이 돼줬다.

2011년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건은 매우 흥미로운 예다. 삼성카드는 ‘금융회사는 비(非)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갖지 못한다’는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에 따라 보유 중이던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당시 삼성특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순환출자고리(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에버랜드)의 핵심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 지분을 함부로 팔 수는 없었다. 자칫 경영권 분쟁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이때 돌연 KCC가 ‘백기사’로 등장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17%(42만5000만주)를 7739억원에 사준 것. KCC가 라이벌 그룹인 현대가(家)다 보니 두 그룹 간 우호관계 형성을 두고 시장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많았다. 당시 두 그룹 간 연결고리가 됐던 인물이 바로 임 회장이었다. 삼성그룹은 임 회장이 정 회장과 고려대, 조지워싱턴대 동문으로 흉금을 터놓는 사이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임 회장에게 정 회장 설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재용, 정몽진, 임석정 간 삼각관계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김인주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사장은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에서 승계 관련 작업을 총괄하다 오너 일가 특검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났지만 임 회장 카드를 활용해 마무리를 잘한 덕분에 삼성선물 사장에 오르면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로 장기적으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 정 회장을 설득했다. 실제 에버랜드는 이후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꾼 후 증시에 상장됐다. 제일모직 상장 이후 정 회장은 일부 지분을 매각해 40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겼다.

임 회장 역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임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경복고 동문이기는 해도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KCC-에버랜드 주식 거래건을 계기로 삼성그룹 오너일가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당시 인연을 계기로 2014년 삼성과 한화 간 빅딜(삼성토탈 등 한화 매각) 때도 JP모간이 주간사로 거래를 주도했다.

물론 임 회장의 네트워크가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에버랜드-KCC 사례에서 보듯 그는 대부분의 IB 뱅커가 삼성과 현대가 라이벌 관계라는 틀에 얽매여 솔루션을 찾지 못할 때 특유의 돌파력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뒷심을 보여줬다.

당시 과정을 잘 아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0년 중반 이후 임석정 회장이 랜드마크 거래를 독식하자 적이 수없이 생겨났다. 그의 주요 고객사로 분류됐던 한화, OCI, KCC 등도 임 회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고비마다 임 회장은 결국 실력으로 경쟁사의 ‘마타도어’를 정면 돌파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기업들의 아픈 곳, 가려운 부분을 먼저 알고 찾아내는 스타일이다. 그는 기업 반응이 미적지근해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정말 해당 기업가치를 높여주는 제안이라고 판단하면 여러 사람을 만나 설득해나간다. 국내 리서치 자료뿐 아니라 홍콩, 런던 등 세계 각국의 IB 뱅커로부터 정보를 취합해 맞춤 솔루션을 들고 찾아가는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M&A 거래도 마찬가지다. 앉아서 기다리는 법이 없다. 인수할 만한 기업을 고르고 골라 추천하고 시너지 효과를 분석해준다. 자금 조달 방식이나 환헤지 등 각론까지 꼼꼼히 챙겨 고객과 직접 만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상적인 아이디어 수준에서 고민만 하던 것을 임 회장이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보여주니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앞으로 임 회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확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모펀드를 더욱 키울 방침이다.

그는 외국계 금융사에 몸담으면서 ‘한국형 사모펀드’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내부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번번이 분루를 삼켰다. 임 회장은 이번 KCC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인수를 계기로 비슷한 유형의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9호 (2018.10.17~10.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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