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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의료 소외지의 희망 ‘메디컬 드론’ 시동 [드론, 희망찬 미래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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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안 압해도 의약품 이송 성공/ 배로 4시간 거리… 왕복 10분 만에 OK

“드론이 환자의 혈액을 싣고 날아가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드론이 우리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기대하게 됩니다.”

최근 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목포시 노을 공원 사이에서 이뤄진 ‘메디컬(의료) 드론 검사시료 이송 시연’을 지켜본 주민 김모(54·흑산도)씨는 “지금까지 검진이나 치료를 하려면 의료진이 섬으로 오거나 환자가 한나절을 걸려 육지인 목포로 나가야 했다”며 “섬사람들이 의료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고 느꼈는데 드론의 활약상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최근 전남도와 신안군이 주최해 열린 메디컬 드론 시연행사에서 드론이 출발을 준비하는 모습. 신안군 제공


이날 시연에서는 약 1m 크기의 무인 드론이 목포 북항에서 출발해 1.6㎞ 떨어진 바다 건너 압해도 선착장에 내려앉는 장면이 연출됐다. 수동 조종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자동 비행이었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 드론은 최대 8㎏의 물건을 싣고 초속 10m 바람에도 40㎞를 비행할 수 있다. 섬 주민의 검사용 혈액을 담아 출발지로 되돌아오기까지는 10분 남짓 걸렸다. 선박과 자동차를 이용하면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전남에는 섬이 2165개나 된다. 이 중 유인도 276곳에 보건지소 27개와 보건진료소 69개를 운영하고 있다. 유인도 숫자와 비교하면 의료 서비스 접근 환경은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나 병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 숫자가 적은 유인도에 의료시설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 헬기’나 선박을 이용하는 게 그간 최선의 방법이었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응급 이송에 이용되는 닥터 헬기는 1년에 평균 40억원이 든다. 그러나 닥터 헬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섬 주민들의 응급상황 등에 제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닥터 헬기 활용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에 전남도는 의료 드론을 활용해 도서 지역의 의료 서비스 접근 기회를 대폭 늘려나가기로 했다. 문동식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닥터 헬기가 응급 이송 중심이라면 의료 드론은 전반적인 의료물품 수송체계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료 드론은 잘 정착되면 닥터 헬기의 무리한 출동 횟수가 줄고 긴급 의약품 배송체계가 정착될 수 있다. 전남도는 의료 드론 활성화로 야간을 포함해 연간 200일 이상 의료 수송체계가 마련되고, 의료 취약지역 환자의 의약품 수급 시간도 1시간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국장은 “의료 드론은 도서 보건기관에 병원급 의료서비스 제공과 향후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은 의약품 수송 등 재난 상황 응급의료서비스에도 폭넓게 쓰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안·신안=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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