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와 파시스트 인간 차별·탄압
과학·기술 인재 해외 유출 심각
원폭·수폭 아버지 페르미·텔러 내몰아
미국·영국 난민·이민 과학자 받아들여
국가 프로젝트와 과학기술 발전에 활용
난민 따라온 2세가 지난해까지 수상
2017년 물리학상 수상 바이스 MIT교수
강보애 싸인 채 베를린에서 미국으로
과학기술 인재 확보 경쟁에 국적 무의미
라이너 바이스 미국 MIT 대 교수 (왼쪽) 가 지난해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칼 16세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있다. 바이스 교수는 지구 탄생의 비밀을 증명할 중력파 연구로 상을 받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바이스는 유대인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인 아버지가 나치 박해를 피해 가족을 데리고 피신하면서 유아 때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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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8주년을 맞은 노벨상의 역사 속에는 난민과 이민자의 족적이 뚜렷하다고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보도했다. 포브스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벨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등 과학 분야에서 미국이 배출한 수상자 85명 가운데 33명은 이민자나 난민 출신이라고 전했다. 이는 수상자의 39%에 해당한다. 분야별로는 물리학상(18명 중 12명)이 40%이며 화학상(18명 중 11명)과 생리의학상(16명 가운데 10명)이 각각 38%다.
난민 신분으로 이주해 미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왼쪽 사진)과 엔리코 페르미.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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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오른쪽)와 그의 부인 라우라, 유대인인 부인의 안전을 걱정해 미국으로 피신한 페르미는 세계 최초의 원자로를 개발하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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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로 독일에서 연구하다 나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핏힌한 에드워드 텔러.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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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대인 출신으로 독일에서 연구하다 나치 압박으로 미국으로 탈출한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1908~2003)는 맨해튼 계획에서 활동한 것은 물론 수소폭탄 개발도 주장해 ‘수폭의 아버지’로 불렸다. 나치와 파시스트는 인간을 차별하는 그릇된 이념 탓에 기껏 기른 과학 두뇌를 외국에 내줬다.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로 양자역학을 개척했던 막스 보른.나치의 우대인 탄압이 시작되자 영국으로 건너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중앙포토] |
양자역학 초기 개척자인 막스 보른(1882~1970년)은 유대인 탄압법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교수직을 잃자 영국으로 건너갔다. 에든버러대에서 연구를 계속했으며 54년 물리학상을 받았다. 가수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올리비아 뉴턴 존의 외할아버지다.
독일 출신으로 나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해 옥스퍼드대 교수로 활동한 한스 크렙스.중고교 생물시간에 배우는 '크렙스 회로' '구연산 회로'를 발명한 생화학자로 5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중앙포토] |
‘슈뢰딩거의 방정식’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양자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년)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33년 나치가 집권하고 38년 오스트리아 병합, 39년 2차대전 발발을 겪으면서 각각 영국과 이탈리아를 옮겼다. 최종적으로는 중립국인 아일랜드에 망명해 정년까지 일했다.
9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월터 콘(1923~2016년)은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직후 유대인 어린이 구출 프로젝트인 ‘킨더트랜스포터 작전’을 통해 가족 없이 홀로 영국으로 옮겨졌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교수로 활동했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발견해 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아르노 펜지어스(85)는 독일 뮌헨 출신으로 6살 때 형제가 나란히 ‘킨더트랜스포터 작전’으로 영국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부모도 탈출해 40년 미국에서 합류했다. 컬럼비아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벨 연구소에 근무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그의 발견은 빅뱅을 통해 우주가 탄생했다는 증거로 인용된다.
독일의 드레스덴 공대는 자국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 중 수학과 과학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대학원생으로 받아들이거나 산하 연구소에서 고용하고 있다. 단순히 ‘양심’에 따른 기회 제공 수준을 넘어선다. 한 명의 과학 두뇌가 수많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입국을 위해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 확보에 나선 셈이다.
채인택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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